'이민자 많은 곳 가기 두렵다'…애틀랜타 연쇄 총격 후 3개월
현지매체, 특집기사 통해 "아시아계 공포·불안 여전" 보도
감시카메라 설치·경호원 고용 등 자구책 속 연대·교육도 모색
(애틀랜타=연합뉴스) 이종원 통신원 = 지난 3월 중순 미국 애틀랜타에서 한인을 비롯한 6명의 아시아계 여성이 총격으로 희생된 지 3개월이 훌쩍 지났지만, 한인 등 아시안 이민자들은 여전히 공포와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그러나 이들은 이처럼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가만히 있지 않고 이민자 사회 간 연대와 역사교육 강화를 모색하고 있다.
현지 언론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은 1일(현지시간) '애틀랜타 아시안들은 여전히 공포와 불안을 겪고 있다'는 제목의 특집기사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수의사 제이미 조 씨는 총격 사건 이후 한국식 성을 쓰는 것조차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최근 동물병원을 새로 개업하면서 직원 고용에 주의를 기울이는 한편, 동물병원 창문에 선팅하는 등 안전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는 "입 다물고 가만있는 것만으로는 내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며 "내 이름이나 사진을 공개하면 사업에 영향을 끼칠까 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미국 동남부 한인외식업협회 김종훈 회장은 최근 많은 아시안 식당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경비원을 고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애틀랜타 한인타운인 덜루스에서 2007년부터 한식당을 운영해온 이근수 씨는 업소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종업원들에게 증오범죄 대처 교육을 시행했다. 그는 "식당 업주로서 증오범죄 증가에 조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필리핀계 미국인 나탈리 에스피놀은 총격사건 이후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 방문을 삼가고 있다. 아시안 식료품점, 식당, 노래방 등에 가면 누군가에게 공격을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인도네시아계 대니얼 푸 씨는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호신용 총기를 사들였다.
베트남계 대학생인 코니 트란은 이 매체에 "마사지업소를 운영하는 어머니가 아무런 대책 없이 방치된 것 같아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시안 이민자들은 총격사건 이후 이민자 사회 간 연대와 역사교육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들은 조지아주 공립학교 정규 교과과정에 아시아계 이민역사를 포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조지아 한인상공회의소 미셸 강 대외 부회장은 "이제 한인들도 한인사회에서 벗어나 바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아야 한다. (아시안 이민자들이) 서로를 돌봐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아시아계 이민자들은 미국에서 170년 이상 살아왔지만, 아직도 이방인 취급을 받고 있다"며 "미국 역사가 백인들만의 것이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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