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대통령, 잇단 탄핵 공세에 "할 일 없는 사람들" 조롱
탄핵 추진 열쇠 쥔 하원의장 "코로나 국정조사 결과 지켜보고 입장 정리"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특파원 =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탄핵 공세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탄핵 요구서 서명자들을 조롱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SNS)에 올린 동영상에서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하원에 탄핵 요구서를 제출한 사실을 비웃으면서 "탄핵 요구서 서명자들은 할 일 없는 사람들이며, 의회 다수는 여전히 나를 지지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탄핵 요구서 서명자들은 브라질을 돕지는 않고 일하는 사람들의 삶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여러 문제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며 "나는 의회 다수와 완벽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지역을 위해 일하기를 원하는 의원들은 나를 지지하고 나도 그들을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좌파와 우파, 중도 성향 정치인들과 시민·사회·인권단체 대표들은 전날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 요구서를 하원에 제출했다.
탄핵 요구서에는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우파 정당 의원들을 포함해 46명이 서명했으며, 탄핵 사유로는 코로나19 부실 대응 등 20여 건이 포함됐다.
지금까지 하원에 제출된 대통령 탄핵 요구서는 120건을 넘는다.
브라질 헌법상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여부는 하원의장의 결정에 달렸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아르투르 리라 하원의장은 그동안 탄핵 추진 여건이 되지 않는다거나 탄핵 요구서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등의 이유로 판단을 미뤄왔다.
전날 제출된 탄핵 요구서에 대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상원의 코로나19 국정조사 결과를 지켜본 뒤 입장을 정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국정조사에서는 보우소나루 정부의 과실이 하나씩 드러나고 백신 구매 과정의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다.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에서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342명) 이상, 상원에서 전체 의원 81명 중 3분의 2(54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정치 전문가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에 우파 성향의 정치인과 시민단체가 가세하면 탄핵 추진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5월 29일과 지난달 19일 전국의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데 이어 오는 24일에도 시위가 예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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