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김준 "배터리 분사 검토…상장은 기업가치 인정받을 때"(종합)
"자원 조달 방안으로 검토"…지동섭 배터리 대표 "빠를수록 좋아"
공격적인 증설 투자에 재원 절실…LG화학 분사 LG에너지솔루션 따르나
(서울=연합뉴스) 김철선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 최고경영자(CEO) 김준 총괄사장이 1일 열린 '스토리 데이(Story Day)' 행사에서 "배터리 사업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 총괄사장이 배터리 사업 분사를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LG화학[051910]의 LG에너지솔루션 분사에 이어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 분사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 총괄사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중장기 전략 발표 행사에서 "배터리 사업 성장을 위해 상당히 많은 자원이 들어가는데, 재원 조달 방안의 하나로 분할을 검토하고 있다"며 "물적 분할 방식이 될지, 인적 분할이 될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 사업 분할은 기업공개 시점과 연계해 탄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이 시장에서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을 때 기업공개를 하는 것이 맞는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김 총괄사장은 "배터리 사업 분할이 이뤄진다면 SK이노베이션은 순수 지주회사 형태로 전환된다"며 "신규사업 발굴을 위한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사업의 미국 나스닥 상장도 검토하냐는 질문에는 "고민 중인 사안"이라면서 "주 사업 기반이 있는 지역에서 상장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데, 나스닥 상장이나 국내 동시 상장도 옵션으로 놓고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김 총괄사장은 신사업 성장 자원을 조달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 산하 자회사들의 지분매각, 합작사 설립 등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 지동섭 배터리 사업 대표는 이날 배터리 사업 분사에 대해 "빠를수록 좋다"고 언급했다.
지 대표는 "배터리 생산시설 증설 속도가 빨라 전체적으로 많은 재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근 매년 2조∼3조원 수준의 투자가 집행되는데, 향후 투자 타이밍을 놓치지 않기 위해 배터리 사업 입장에서는 빨리 (분사를) 하면 좋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지 대표는 폭스바겐이 각형 배터리 사용을 확대하기로 한 점에 대해 "여전히 파우치형 배터리를 선호하는 회사가 다수이고 시장에서의 영향은 크지 않다"며 "각형, 원통형 등 다른 배터리 형태도 검토하고 있지만 기존 파우치형 배터리의 장점을 살려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사업에 필요한 역량에 대해 지동섭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배터리 사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력 블랙홀'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저희에게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생산 인력과 연구인력 확충"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1위 기업인 LG에너지솔루션도 원래는 LG화학 내 전지사업 부문으로 있었지만, 투자 재원 확보를 위해 지난해 12월 LG화학으로부터 물적분할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 LG화학 주주들이 LG에너지솔루션 주식을 배정받지 못하는 '물적분할' 방식을 택해 소액주주의 반발이 일기도 했다.
이달 초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한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안에 상장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기업공개를 통해 확보한 자금은 미국, 유럽 등 글로벌 배터리 시설 투자를 위해 활용할 계획이다.
증권가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벌이고 있는 만큼, SK이노베이션이 재원 확보를 위해 배터리 사업을 분사하고 기업공개에 나서는 것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특히 미국에서 LG에너지솔루션과 벌인 배터리 소송에서 패소해 약 2조원의 배상금까지 지게 돼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는 투자 재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사업 분할을 검토하겠다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이 날 SK이노베이션 주식은 전날보다 8.80% 하락했다.
kc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