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원주민대표단,기숙학교 집단유해 발견에 "교황 사과촉구"
주교회의 "대화·치유의 중대한 만남"
(밴쿠버=연합뉴스) 조재용 통신원= 캐나다 원주민 대표단이 연말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나 캐나다 내 기숙학교 운영과 관련한 가톨릭교회의 사과를 촉구할 예정이라고 캐나다 통신이 29일(현지시간)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캐나다 주교회의는 이날 성명을 통해 원주민 대표들이 오는 12월 17~20일 바티칸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을 예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면담이 "대화와 치유를 위한 중대한 만남을 조성할 것"이라고 성명은 말했다.
대표단은 토착 인디언과 북극권 이누이트족 및 유럽계 혼혈족인 메티 등 세 갈래 원주민 대표로 각각 구성되며 교황 면담도 대표단별로 이루어질 것으로 전해졌다.
주교회의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원주민 대표를 초청했으며 이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또 교황은 기숙학교 제도가 끼친 식민주의의 영향과 교회의 역할 문제와 관련, 원주민의 고통과 세대를 넘는 트라우마의 기억에 응답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성명은 그러나 교황이 사과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최근 브리티시 컬럼비아(BC) 주와 매니토바주의 옛 원주민 기숙학교 터에서 총 1천여 명에 달하는 아동 유해 매장 현장이 발견되면서 교황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는 여론이 급속히 높아졌다.
가톨릭교회는 1890년대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캐나다 정부와 함께 원주민 아동 기숙학교 운영을 주도해 도덕적 책임에 대한 비판을 받아왔다.
원주민 아동은 가족과 떨어져 전국 139곳에서 운영된 기숙학교에 강제 수용됐으며 총 15만 명에 달하는 어린이들이 학대와 엄격한 통제 아래 백인 동화 교육을 받았다.
아동 유해 집단 발견이 잇따르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달 초 "캐나다에서 전해진 소식을 접하고 경악했다"며 "이는 우리 모두 과거의 식민지개척 모델과 거리를 둬야 함을 상기시키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그러나 사과나 직접 유감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원주민 방문단을 이끌 '매니토바 메티 연합'의 데이비드 차트랜드 대표는 이날 교황과 한 시간 동안 개별 면담을 할 예정이라며 교황에게 캐나다를 방문해 사과와 애도를 표명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쥐스탱 트뤼도 총리는 지난 26일 "캐나다 땅에서 캐나다 원주민들에게 사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조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직접 말씀드렸다"며 교황의 사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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