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성 경화증 첫 신호, 놓치기 쉽다"
(서울=연합뉴스) 한성간 기자 = 난치성 중추신경계 질환인 다발성 경화증(MS: multiple sclerosis)은 진단되기 최장 5년 전부터 초기 신호가 나타나지만 대부분 이를 놓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발성 경화증은 면역체계가 뇌와 척수 등 중추신경계를 산발적으로 공격해 발생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으로 평형, 운동, 시력, 언어, 감각, 성 기능, 배뇨-배변 장애, 인지장애 등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현재 완치 방법은 없다. 유병률은 여성이 남성의 4배로 압도적으로 높다.
독일 뮌헨 공대 의학부 신경과 전문의 베른하르트 헴머 박사 연구팀은 MS 진단을 받은 사람은 진단 최장 5년 전부터 MS와 관련된 증상을 포함해 여러 가지 이유로 병원 방문이 잦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헬스데이 뉴스(HealthDay News)가 28일 보도했다.
연구팀은 독일 성인 19만7천626명의 의료보험 기록을 분석, 이 같은 사실을 알아냈다.
이들 중 ▲1만262명은 MS 환자 ▲1만5천502명은 또 다른 자가면역 질환인 크론병 ▲9만8천432명은 역시 자가면역 질환인 건선, 나머지 ▲7만3천430명은 이러한 병력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연구팀은 MS 환자들이 정식 진단을 받기 전 최장 5년 동안의 병원 방문 기록을 다른 그룹과 비교했다.
그 결과 MS 환자는 진단 전 5년 동안 다른 그룹들보다 병원 방문 횟수가 현저히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병원에서 여러 과목 진료를 받았지만, 특히 신경과 진료 횟수가 가장 많았다. 신경과 이외 진료를 받은 곳은 비뇨기과, 안과, 정신과, 정형외과였다.
이들이 진료를 받은 증상 가운데는 배뇨장애, 시각장애, 비정상 피부감각, 운동장애, 어지러움 등 MS를 의심할만한 증상들이 많았다.
MS는 단일 진단 검사법이 없기 때문에 조기 진단이 어렵다.
MS 증상은 모호할 때가 많으며 치료 없이도 저절로 증상이 사라졌다 재발하기 때문에 신경과 전문의를 찾지 않을 수 있다.
의사는 MS 진단을 증상 자체와 증상이 나타나는 패턴에 의존한다. 물론 여기에 중추신경계에 MS 관련 손상이 나타나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뇌 MRI와 임상검사가 추가될 수 있다.
미국 버몬트 대학 의대 신경과 전문의 앤드루 솔로몬 박사는 MS 진단이 지연되는 것은 문제임이 틀림없지만 그런 경우가 아주 많다면서 그것은 MS가 다른 증상들처럼 보이기도 하고 다른 증상들이 MS 증상처럼 보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MS는 면역체계가 신경세포들을 연결하는 신경섬유를 보호하기 위해 전선의 피복처럼 둘러싸고 있는 보호막인 미엘린 수초(myelin sheath)를 면역체계가 공격, 신경세포 사이의 신호 전달을 방해함으로써 발생한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American Academy of Neurology)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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