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전문가, 김정은 언급 北식량난에 "재해·제재·봉쇄 때문"
"자력 갱생·과도한 중공업 중시 등 실정으로 식량난 만성화"
(도쿄=연합뉴스) 박세진 특파원 =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개석상에서 밝힐 정도로 심각해진 북한의 식량난은 만성적인 문제로, 1960~70년대 추진한 정책의 실패에 기인한다고 일본의 북한 전문가가 분석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5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현재 인민들의 식량 형편이 긴장해지고(어려워지고) 있다"고 이례적으로 식량난을 언급했다.
이와 관련, 북한 경제 관계법 전문가인 미무라 미쓰히로(三村光弘) 니가타(新潟)대학 비상근강사는 29일 자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식량난 배경 등을 진단했다.
그는 우선 북한이 현재 겪는 식량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자연재해와 유엔 제재 및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한 국경 봉쇄를 들었다.
그러면서 북한 식량난을 "만성적"이라고 표현한 미무라 강사는 농업에 적합하지 않은 한랭기후로 경작 면적이 적은 북한이 냉전시대부터 식량 등을 다른 나라에 의지하지 않는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과도한 국방비를 쓰면서 중공업 중시 정책을 편 것을 문제라고 봤다.
그 결과로 농업이 낙후하고 식량난이 악화했다는 것이다.
미무라 강사는 또 "1960~1970년대의 정책 실패 영향이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옥수수밭을 만들기 위한 산 경사면 개간 사업을 계속하는 바람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홍수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됐다는 것이다.
그는 북한에선 화학비료를 많이 뿌려 농토의 지력이 크게 떨어졌다며 1990년대 후반 들어서야 유기비료를 사용하고 조림을 통한 지반 강화를 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경제개혁과 관련, "공장이나 협동농장에 경영 자주권을 더 인정해 생산물과 가격 등을 자유롭게 결정할 권리를 주는 구조"라며 성과에 따라 현금이나 현물이 배분되기 때문에 더 나은 생산 방법을 찾아낼 경우 그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미무라 강사는 북한이 국제사회와 협력해 제재에서 벗어나는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에 대해선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한 입장에선 한국 주도의 통일 저지와 체제 존속이 최우선"이라며 국가 붕괴의 공포 때문에 핵과 미사일 개발에 돌진하는 논리에 사로잡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이 미국, 유럽, 일본과의 관계 개선으로 투자를 유치하고 수출도 할 수 있게 되면 식량 사정이 나아지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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