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주 지방선거 들러리에 그친 프랑스 집권 '마크롱당'
LREM, 지난해 시장선거서도 참패…지역 지지 기반 취약
짧은 정당 역사·중앙 집권적 구조 탓…내년 대선구도 주목
(파리=연합뉴스) 현혜란 특파원 = 프랑스 최상위 행정단위인 레지옹(광역주) 단체장을 선출하는 광역 지방선거는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하며 무관심 속에 치러졌다.
국민의 관심을 끌어내는 데 실패한 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전진하는 공화국(LREM)의 존재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속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지지율이 낮지 않았음에도 '여당 프리미엄'은 부재했다.
2020년 시장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공화당, 사회당 등 기성정당뿐만 아니라 녹색당(EELV)에도 밀려 참패한 뼈아픈 상황이 이번에도 재현됐다.
LREM은 27일(현지시간) 본토 13개 레지옹 수장을 뽑는 지방선거 2차 결선 투표 결과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공화당(LR) 등 범우파 진영이 7개, 사회당(PS) 등 범좌파 진영이 5개 레지옹에 각각 승기를 꽂았고 지중해 섬 코르스에서는 지역정당이 승리했다.
심지어 일주일 전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3개 레지옹에서 LREM 득표율이 10%를 넘지 못해 결선에 진출하지 못하고 체면을 구겼다.
프랑스 지방선거는 각 정당이 제시한 후보명단에 투표하고, 각 명단에는 수장이 있다. 1차 투표에서 과반을 차지한 정당이 없으면 득표율이 10% 이상인 정당끼리 결선을 치른다.
LREM은 지방선거 때마다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드는 이유를 정당 역사가 짧아 지역 기반이 아직 다져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마크롱 대통령이 2016년 창당한 LREM에는 기존 정당에 몸을 담지 않은 새로운 인물들이 많다 보니 지역에서 인지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에마뉘엘 바르공 환경부 산하 주거 담당 장관은 당이 태어난 지 5년도 안 됐고 이번이 겨우 두 번째 지방선거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프랑스 텔레비지옹이 보도했다.
바르공 담당 장관은 "좌우 분열을 극복하고 민주적인 토론을 재개하는 게 대통령의 계획이었다"며 "이 계획은 전국 단위에서 통했지만 지역 단위에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프랑스 에손주를 대표하는 마리 게브누 LREM 의원은 "우리는 이제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고 봐야 한다"고 두둔했다.
LREM은 태생적으로 마크롱 대통령 개인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졌고, 모든 결정을 중앙에서 내리다 보니 지역 정치에 적합하지 않은 구조라는 지적도 있다.
애초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만든 정당인만큼 LREM 입장에서는 지방 선거보다는 다음 대선에서 승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릴대학에서 정치학을 가르치는 레미 르페브르 교수는 "마크롱 대통령은 지역 정치에서 존재감이 없더라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아직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으나 재선에 도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정설이다.
특히 이달 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국가의 맥박을 재겠다며 지방 순회에 나선 것을 사실상 출마 선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내년 4월로 예정된 대선은 2017년 대선 때와 마찬가지로 마크롱 대통령과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대표의 맞대결 구도로 치러질 것이라는 시나리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하지만 대선 전 마지막 전국단위 지방선거에서 LREM은 물론 RN도 승리하지 못하면서 경쟁 구도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RN 후보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재선에 성공한 범우파 진영 주지사들에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공화당을 탈당한 그자비에 베르트랑 오드프랑스 주지사와 발레리 페크레스 일드프랑스 주지사 등이 대표적이다.
베르트랑 주지사는 지난 3월 우파 진영 대통령 후보로 출마 의사를 밝혔고, 페크레스 주지사는 올해 가을 출마 여부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runr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