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원대 투자사기 美내부고발자, 포상금은커녕 개인파산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 미국의 증권 당국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14억달러(약 1조5천834억원) 규모의 투자 사기를 고발한 내부고발자가 포상금을 받지 못한 채 개인파산을 선언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회계사인 존 맥퍼슨은 소규모 컨설팅 회사 파트너로 일하던 중 미국 텍사스주에 기반을 둔 '라이프 파트너스'의 사기 혐의를 알게 됐다.
맥퍼슨은 이 회사가 2만명 이상의 투자자들에게 생명보험과 연관된 정산 상품을 팔면서 잘못된 사망 예측 자료로 투자자들에게 바가지를 씌웠다고 판단, 2010년 중반에 SEC에 신고를 했다. 문제의 상품은 생명보험 정산회사가 생명보험 증권을 매입해 이를 투자자들에게 재판매한 것이다.
맥퍼슨은 그 뒤 5년간 SEC에 100여 차례에 걸쳐 방대한 자료를 제공했다.
맥퍼슨의 제보를 토대로 SEC는 2012년 라이프 파트너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2014년에는 회사 측이 SEC에 3천870만달러의 벌금을 지불하라는 판결도 받아냈다.
또 문제의 상품에 투자한 일반 투자자들도 총 10억달러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맥퍼슨은 SEC로부터 거액의 포상금을 받을 기대감에 부풀었다.
SEC가 거둬들인 벌금의 10~30%를 내부고발자나 공익제보자에게 보상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9월 SEC는 맥퍼슨에게 추징 벌금의 23%를 받게 될 것이라는 언질까지 줬다.
그러나 얼마 뒤 맥퍼슨은 포상금을 줄 수 없다는 날벼락 같은 통보를 SEC로부터 받았다.
라이프 파트너스가 파산 절차에 들어갔고 SEC는 벌금을 징수하지 못한 상태여서 현행 규정상 포상금을 지급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게다가 이미 맥퍼슨은 라이프 파트너스에 대한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전업 공익제보자'로 변신한 상태였다.
SEC에 라이프 파트너스 외에도 11개의 기업에 대한 공익제보를 했다.
2018년에는 라이프 파트너스 관련해 예상되는 포상금 등을 담보로 100만 달러의 대출을 받기도 했다.
그는 딸의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이 어려워졌고 거주하는 집에서 퇴거 명령까지 받았으며 결국 지난 1월 개인 파산을 선언했다.
lkw77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