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카고 아이콘 간선도로, 첫 외래 정착민 겸 흑인 이름 따 개명

입력 2021-06-26 11:19
시카고 아이콘 간선도로, 첫 외래 정착민 겸 흑인 이름 따 개명

미시간호변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에 이름 추가…"너무 길어" 불만도



(시카고=연합뉴스) 김현 통신원 = 미국 시카고 도심 인근 미시간호변을 따라 놓인 주요 간선도로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Lake Shore Drive)가 명판을 바꾼다.

시카고 시의회는 25일(현지시간) 유명 도로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에 시카고 최초의 외래 정착민인 흑인 무역업자 장 뱁티스트 퐁 듀 세이블(미상~1818)의 이름을 붙이는 내용의 조례안을 표결에 부쳐 33대15로 가결했다.

조례안은 즉시 발효됐고, 이 도로의 공식 명칭은 '장 뱁티스트 퐁 듀 세이블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Jean Baptiste Point DuSable Lake Shore Drive)로 변경됐다.

이 도로는 서쪽으로는 화려한 마천루가 늘어서 있고 동쪽으로는 에메랄드 빛 미시간호수가 펼쳐진 총 25.5km 길이로, 오대호 연안의 대도시 시카고의 주요 아이콘이다.

2년 전 개명 조례안을 처음 발의한 데이비드 무어 시의원은 애초 '레이크 쇼어 드라이브'를 '듀 세이블 드라이브'로 변경할 것을 제안했다가 주민들이 반발하고 시의회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일자 두 이름을 합치는 절충안을 냈다.

로리 라이트풋 시장도 "시카고시 관광 홍보에 역효과를 낼 수 있다"며 반대했다가 절충안을 수용했다.

무어 시의원은 "듀 세이블은 시카고의 '시조'일 뿐 아니라 시카고를 '미국의 무역 중심지'로 생각한 최초의 인물이나, 관광객들에게 제대로 소개되지도 않는 등 충분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가 흑인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개명 반대론자들은 현재 시카고 최대 번화가인 미시간 애비뉴와 시카고강이 교차하는 다리, 시카고강과 미시간호수가 만나는 항구, 시카고 남부 워싱턴파크의 흑인역사박물관 등에 이미 듀 세이블의 이름이 붙어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카고의 상징 중 하나인 도로 이름을 길어서 기억하기조차 어렵게 바꿀 필요가 없다"고 반박했다.

시카고 선타임스에 따르면 듀 세이블은 '시카고에 정착한 첫 번째 비(非)원주민'으로 기록돼있다.

그는 미시간주를 거쳐 시카고로 와서 1780~90년대 시카고 강가에 주택과 교역소 등을 건설하고 모피 무역업을 했다.

또 원주민 여성과 결혼해 두 자녀를 낳고 살다가 1800년대에 미주리주 세인트 찰스로 가서 여객선 운항 사업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시카고는 1837년 3월 4일 일리노이 주법에 따라 시로 승격됐다. 당시 수백명에 불과하던 시카고 인구는 현재 271만여 명, 대도시권 인구를 포함하면 950만여 명에 달한다.

chicagor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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