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건장관, 이번엔 측근과 사무실서 키스 사진 유출로 곤경
"거리두기 위반 인정…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집중하겠다"
야당선 해임 요구…총리실 "사과 수용, 사안 종결됐다"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델타 변이 확산 대응이라는 과제를 앞에 둔 맷 행콕 영국 보건 장관이 이번엔 여성 측근과 연인처럼 함께 있는 사진이 유출돼 곤경에 빠졌다.
영국 대중지 더 선은 25일(현지시간) 행콕 보건장관이 지난달 6일 오후 런던 보건부 청사에서 측근 지나 콜러댄젤로와 껴안고 키스하는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입수해 보도했다.
야당인 노동당은 권력 남용이라며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행콕 장관은 사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총리실도 엄호에 나섰다.
행콕 보건장관은 작년 3월 콜러댄젤로를 6개월 계약 무급 보좌관으로 채용했고 9월엔 보건부에 조언하는 비상임이사에 임명했다.
더 선은 그가 중요한 회의나 총리실 등에 동행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고 전했다.
콜러댄젤로는 자신의 남편이 설립한 패션업체 올리버 보나스의 홍보 담당 임원이자 로비업체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행콕 장관과 콜러댄젤로는 옥스퍼드대 재학시절부터 알고 지냈으며, 각각 결혼한 상태로 자녀가 3명씩 있다.
BBC, 스카이뉴스, 텔레그래프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행콕 장관은 이날 "거리두기 규정을 위반한 것을 인정한다. 실망시켜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는 데 계속 집중하겠다. 사적인 문제에서 내 가족의 프라이버시를 지켜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유출된 사진은 여러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우선 장관이 내연녀를 세금으로 정부 요직에 임명했다는 점이 논란이다.
거리두기 규정 위반도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지난해 정부에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조언해 온 임페리얼칼리지의 닐 퍼거슨 교수가 자신의 집에 애인을 부른 사실이 밝혀져 정부 자문위원직을 사퇴했을 때 행콕 장관은 옳은 결정을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올해 5월 17일에서야 방역 규제를 완화하고 식구가 아닌 사람과 포옹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당은 명백한 이해 충돌이라면서 해임을 요구했다.
그러나 총리실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존슨 총리가 사과를 받아들였고 사안이 종결됐다고 말했다.
행콕 보건 장관은 최근 도미닉 커밍스 전 총리 최고 수석보좌관의 공격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커밍스 전 보좌관은 존슨 총리가 지난해 3∼4월 코로나19 사태 초기 행콕 장관을 두고 "완전히 형편없다"(totally hopeless)고 말한 왓츠앱 메시지를 공개했다.
행콕 장관은 이에 이미 기억이 안 날 정도로 오래 지난 일이며 당시 존슨 총리가 스트레스가 심했다며 무마했다.
커밍스 전 보좌관은 이에 앞서서는 행콕 장관이 코로나19 회의에서 한 거짓말을 포함해서 해임될 이유가 15, 20가지는 되며 실제 존슨 총리가 작년 4월 경질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영국 여왕은 23일 코로나19 후 첫 대면 알현에서 존슨 총리에게 행콕 장관을 일컬으며 "딱한 사람(poor man)"이라고 동정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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