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인도에 또 '코로나 대유행'이 닥친다고?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무섭게 번지던 인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이제는 상당히 가라앉은 분위기다.
하루 41만명 넘게 쏟아지던 확진자 수는 5만명 안팎으로 떨어졌다. 시장은 사람들로 다시 붐비고 대도시 거리는 차들로 가득하다.
이제 막 일상을 회복하는 모습인데 인도에 조만간 또다시 코로나19 유행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지부진했던 백신 접종도 속도를 내고 있고, 주민 항체 형성 비율도 꽤 높아진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에서 이게 무슨 소리일까.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인도 최고 의료기관으로 꼽히는 전인도의학연구소(AIIMS)의 란디프 굴레리아 소장은 최근 "3차 유행이 6∼8주 이내에 닥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인도에서 1차 유행은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만명에 육박했던 지난해 9월 전후를 말한다.
굴레리아 소장은 최근 2차 유행이 가라앉는 상황에서 오는 8월께 다시 코로나19가 번질 수 있다고 내다본 것이다.
칸푸르의 인도공과대학(IIT) 연구팀도 9월에 신규 확진자 수가 다시 폭증, 최악의 경우 50만명을 넘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의 최근 인도 전문가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5%가 10월에 3차 유행이 닥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들은 인도의 코로나19 향후 상황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도 하나같이 전제 조건을 달았다.
최근 도입된 코로나19 방역 봉쇄 조치가 조기에 완전히 풀리거나 사람들이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을 경우 '최악의 참사'가 다시 빚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델리 고등법원도 최근 "방역 수칙 위반은 3차 유행을 재촉할 뿐"이라며 당국은 방역 위반에 대해 엄격하게 규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마디로 방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인도는 이미 방심으로 인해 큰 대가를 치른 바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비교적 잠잠하던 지난 3월 말 전국 곳곳에서 '색의 축제' 홀리가 대규모로 열렸고, 하루 최대 수백만 명이 참여한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가 이어졌다. 대규모 지방 선거 유세에서는 수많은 인파가 마스크 없이 밀집했다.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엄청나게 폭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인도인 상당수가 올해 대확산을 겪고도 제대로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벌써 마음을 풀고 있다고 우려한다.
지역 당국은 경제 회복을 바라며 빠르게 봉쇄를 풀어버렸고, 한동안 갇혔던 사람들은 지하철과 상가 등으로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들 상당수는 언제 코로나19 대확산이 닥쳤냐는 듯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하고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이들도 크게 늘었다.
와중에 전파력이 매우 강한 것으로 알려진 '델타 플러스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견돼 방역 당국은 더 긴장하고 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델타 플러스 변이는 전파력이 강한 기존 델타 변이(인도발)의 특성에 'K417N'라고 불리는 돌연변이까지 갖고 있다.
이로 인해 델타 플러스 변이는 기존 변이보다 큰 전염력과 백신·항체 무력화 능력을 갖춘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에 당국도 긴장 속에서 여러 대비에 나섰다.
우선 백신 접종을 대폭 확대했다.
연방정부는 제약업체에 백신 생산을 독려하면서 지난 21일부터 자국 모든 성인으로 백신 무료 접종을 확대했다.
덕분에 하루 평균 300만회 안팎에 머물렀던 백신 접종 회수는 500만∼800만회로 늘어난 상태다.
특히 뉴델리 당국은 신규 확진자 수 4만5천명 발생 상황까지 커버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4월 20일 신규 확진 최고 기록인 2만8천명을 넘어가는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겠다는 것이다.
뉴델리 당국은 이를 위해 의료용 산소 생산 설비와 저장 탱크를 대거 구축하기로 했다.
지난 대확산 때 뉴델리 등에서는 많은 코로나19 환자들이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
또 환자 폭증 시 단계적으로 충분하게 침상을 확보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아르빈드 케지리왈 델리 주총리는 "3차 유행에 대비해 고등학교를 마친 학생 등을 훈련해 의료 지원 인력 5천명도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cool@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