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사망, 도의적 책임" 네이버 최인혁 사퇴…勞 "꼬리자르기"(종합2보)
'이해진 최측근' 최인혁, 네이버파이낸셜·해피빈재단 대표 등 직책 유지
가해 당사자 해임 등 처분…경영진·조직 체계 등 연말까지 쇄신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네이버 최인혁(50)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최근 직원 사망 사건과 관련한 도의적 책임을 지겠다며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최 COO는 1999년 네이버에 입사한 창립 멤버로,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는 삼성SDS 시절부터 함께 한 최측근으로 꼽힌다. 한성숙 대표의 뒤를 이을 유력한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꼽혔다.
직원 사망 사건을 조사한 네이버 이사회 산하 리스크관리위원회는 이날 "일부 임원의 '직장 내 괴롭힘' 행위가 있었고 건전한 조직문화 조성에 대한 리더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부분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고 회사 측이 전했다.
직접 가해자로 거론된 모 책임리더는 해임됐고, 사건에 연루된 또 다른 모 책임리더는 감봉 3개월, 이들이 소속된 CIC(사내독립기업) 대표는 경고 처분을 각각 받았다.
최 COO도 경고 처분을 받았으나 그는 COO와 등기이사, 광고 부문 사업부인 비즈 CIC대표 등 네이버에서 맡은 모든 직책에서 사의를 표했고 이사회는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네이버파이낸셜 대표와 해피빈 재단 대표 등 계열사 경영진에서는 물러나지 않는다.
이에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은 이번 징계 조치에 대해 '전형적인 꼬리자르기', '면죄부'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노조는 입장문에서 "최 COO는 해고라는 최고 수위의 징계를 받을 정도로 잘못한 가해 임원을 채용하고 관리해야 하는 실질적이고 직접적인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며 "각 계열사의 경영진으로서 활동을 보장한 것은 책임자에게 제대로 책임을 묻는 징계 결과로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경영 쇄신에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먼저 최고경영자(CEO)·최고운영책임자(COO)·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CCO)·최고재무책임자(CFO) 등으로 이뤄진 경영진 구성을 바꾸기로 했다.
네이버 이사회는 "급성장의 결과 조직 규모가 커지고 업무의 복잡성이 증대되는 속도가 지금의 CXO들에게 요구되는 책임을 압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실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올 연말까지 새로운 조직 체계와 리더십 구축을 마치기로 했다.
한성숙 대표는 전 직원에 메일을 보내 사과와 함께 이번 일을 계기로 회사 전체 문화를 다시 들여다보고 점검하면서 리더십과 건강한 문화를 고민하고 세워나가는 노력을 우선 과제로 삼겠다면서 재발 방지 대책 수립을 약속했다.
40대 네이버 직원은 지난달 25일 오후 1시께 성남시 분당구 소재 자택 근처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현장에서는 이 직원이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메모가 발견됐는데 평소 업무상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ljungber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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