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여제 고개 젓게 한 美언론 질문…"박씨는 모두 친척인가요"
차별적 질문에 불편한 한국계 선수들…가족 안전 걱정도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통산 21승을 거둔 '골프여제' 박인비는 아직도 "다른 박씨 선수들과 친척인가"라는 불편한 질문을 받는다.
현재 LPGA에는 박인비 이외에도 박성현과 애니 박 등 박씨 성을 가진 선수들이 활약하고 있다. 박지은 등 과거에 활약했던 선수까지 포함하면 수는 더 늘어난다.
그러나 박씨 성을 가진 선수들이 모두 친척이냐는 질문은 아무리 한국 문화에 대해 지식이 부족하다고 하더라도 이해해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 박인비의 시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최근 미국 사회에서 표면화한 아시아계 차별에 대한 LPGA 아시아계 선수들의 경험담을 전했다.
LPGA 데뷔 후 14년이 지난 박인비는 대회를 중계하는 아나운서나 앵커가 한국계 선수들의 이름을 잘못 발음하면 SNS를 통해 올바른 발음을 알려준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박인비는 계속 틀린 발음을 고집하는 아나운서나 앵커가 있다면서 고개를 저었다.
박인비는 지난 3월 애틀랜타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연쇄 총격 사건도 남의 일이 아니었다.
사건 현장 인근에서 친척이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사건 발생 소식을 듣고 곧바로 친척에게 전화해 안부를 물었다는 박인비는 "그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정말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 탓에 미국 생활이 더욱 조심스러워졌다는 선수들도 적지 않다.
LPGA에서 통산 9승을 올린 최나연은 지금까지는 어머니와 함께 대회에 참가했지만, 올해는 어머니에게 미국에 올 필요가 없다는 뜻을 전했다.
어머니가 영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전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뉴질랜드 교포인 리디아 고도 어머니가 미국에서 여행하는 것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난 한국계 골프 선수 미셸 위 웨스트는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
10대 시절 '천재 골프소녀'로 불렸던 위 웨스트는 "왜 한국인들은 골프를 잘하나"라는 미국 기자들의 질문을 수없이 받았다.
위 웨스트는 한국 선수들을 일반화하는 이 같은 질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한국인들은 연습을 열심히 한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은퇴 직전이었지만 최근 LPGA 투어에 복귀한 위 웨스트는 앞으로는 이 같은 질문을 받으면 "그런 질문은 부적절하다"고 반박하겠다고 밝혔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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