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란 잘란] 코로나의 역설…'희귀동물' 코모도왕도마뱀 늘어

입력 2021-06-23 06:06
수정 2021-06-23 14:29
[잘란 잘란] 코로나의 역설…'희귀동물' 코모도왕도마뱀 늘어

인니, 발리 다음 세계적 관광지로 코모도 국립공원 개발 집중



[※ 편집자 주 : '잘란 잘란'(jalan-jalan)은 인도네시아어로 '산책하다, 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자카르타 특파원이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라부안바조[인도네시아]=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코로나 때문에 외국에서 못 오니 관광객 수는 절반도 안 되지만, 코모도왕도마뱀 개체 수가 늘고 쓰레기는 줄었어요"



지난 19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동누사뜽가라 코모도섬에서 만난 관광안내인 대니는 "절대 아무것도 하지 말고, 눈으로 보고 사진·동영상만 찍으라"며 긴 막대기를 들고 앞장섰다.

관광객들은 5명당 의무적으로 현지 관광안내원 1명의 도움을 받고 그룹당 12만 루피아(9천500원)를 내야 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1980년 지정한 코모도 국립공원은 코모도섬, 린짜섬, 빠다르섬 등 3개 큰 섬과 26개 작은 섬으로 이뤄져 있다.

1991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

코모도왕도마뱀은 큰 섬에 흩어져 살지만, 관광객이 주로 볼 수 있는 곳은 코모도섬이다.

안내인 대니는 "코모도섬에는 1천300여마리가 사는데, 오늘 몇 마리를 볼 수 있을지는 운에 달려있다"며 "사진 욕심을 부리다 물린 관광객도 있으니 지시를 잘 따르라"고 말하고 앞장서 걸었다.



5분쯤 숲으로 들어가니 첫 번째 코모도왕도마뱀이 보였다.

'공룡의 후예'로 알려진 코모도왕도마뱀을 실제로 본다는 생각에 살짝 흥분됐지만, 코모도왕도마뱀은 바닥에 엎드려 사람이 쳐다보든 말든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다.

안내인은 "코모도왕도마뱀은 본래 게으른 성향을 보인다. 자는 건 아니고, 저렇게 누워있다가 가까이 다가가면 갑자기 '콱' 물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나무 아래 누워있던 또 다른 코모도왕도마뱀은 관광객이 자신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자 느릿느릿 걸음을 옮겼다.

몸은 악어와 닮은 듯하지만, 얼굴이 우리가 생각하는 '공룡'에 가깝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취약종인 코모도왕도마뱀의 몸길이는 평균 2.3m이고 체중은 80㎏ 내외이지만, 간혹 3m가 넘게 자라 체중이 160㎏에 육박하는 개체도 발견된다.

코모도섬에 오면 사방에 코모도왕도마뱀이 보일 줄 알았지만, 30분 남짓 트레킹에 총 5마리만 볼 수 있었다.

코모도섬을 포함해 코모도국립공원의 코모도왕도마뱀 개체 수는 2014년 3천93마리에서 2018년 2천897마리로 차츰 줄어들어 문제가 됐다.

주변 지역에서 배를 타고 와 코모도왕도마뱀의 먹이인 야생사슴, 물소, 멧돼지를 잡아가는 사람들로 인해 먹이가 부족한 코모도왕도마뱀이 서로 잡아먹으면서 개체 수가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2018년 한 해 18만명이 방문하는 등 관광객 수가 폭증하면서 쓰레기 투기 등 환경오염 문제도 부각됐다.

이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당초 2020년에 최소 1년간 코모도섬을 폐쇄하는 방안과 1천 달러의 연간 회원권 제도를 도입해 관광객 수를 대폭 줄이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작년 3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같은 해 4월부터 장·단기 체류비자 소지자 등을 제외한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하면서 흐지부지됐다.



코모도 국립공원 관리소 직원 무하맛 이크발 푸트라는 연합뉴스 특파원에게 "코모도왕도마뱀 개체 수가 2019년 3천22마리, 2020년 3천162마리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어 "관광객 증가가 코모도왕도마뱀 서식지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팬데믹으로 관광객 수가 줄면서 해변에 밀려오는 쓰레기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당국은 코모도왕도마뱀 1천 마리에 인식 칩을 심어 개체수 증감 등을 파악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

코모도 국립공원 측은 2019년, 2020년, 올해 상반기 관광객 통계를 달라는 공식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외국인 관광객 입국 금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제주도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내국인 관광객이 늘어난 상황이다.

코모도 국립공원 관광을 위한 공항과 호텔·리조트가 몰려 있는 관문 도시 '라부안 바조'에서 30년 동안 관광 가이드를 했다는 아구스(52)씨는 "코로나 이후 관광객이 50%∼60%는 줄었다"며 "그나마 최근 내국인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세계적 휴양지인 발리의 뒤를 이을 관광지 10곳을 '10 뉴발리'로 선정하고 이 가운데 코모도 국립공원이 있는 라부안 바조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코모도 국립공원을 방문할 관광객은 라부안 바조 공항을 통해 도착, 현지 여행사를 통해 당일 코스 또는 배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여러 섬을 돌아보는 1박2일, 2박3일 코스 등을 선택한다.

코로나 때문에 라부안 바조행 국내선 비행기를 탈 때 음성 확인서를 내야 하고, 여행사에도 이를 제출해야 관광이 허용된다.



코모도 국립공원 당일 코스의 경우 일출 전 배를 타고 출발해 빠다르섬 전망대 오르기, 코모도섬 관광과 핑크비치 방문, 만타가오리와 바다거북 출몰지 스노클링 등으로 구성된다.

라부안 바조는 코모도 국립공원뿐만 아니라 동굴 수영과 폭포, 전통 마을 등을 관광지로 알리고 있다.

코모도 국립공원과 라부안 바조 어디에서 사진을 찍어도 '인생 사진'을 남길 정도로 경관이 아름답다.

이곳에 와본 사람이라면 누구든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라부안 바조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와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지로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한 이유를 알 것 같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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