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성 표면, 지각 덩어리로 쪼개져 유빙처럼 부딪히고 밀쳐내
1990년대 초 마젤란호 레이더 이미지로 확인…2030년대 탐사 재개되면 검증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금성의 표면이 물 위의 유빙처럼 서로 부딪히고 밀어내는 지각 덩어리(crustal block) 형태의 구조(構造) 운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금성이 아직도 지질학적으로 살아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으로, 지구 초기 및 태양계 밖 외계행성의 구조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단서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금성은 지금까지 화성이나 달처럼 표면이 움직이지 않는 암석권으로 돼 있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에 따르면 이 대학 행성학 부교수 폴 번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금성 표면의 지각 덩어리가 유빙처럼 움직이는 구조 변형 양상을 찾아낸 결과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1990년대 초반 금성 표면을 탐사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마젤란호가 수집한 레이더 이미지 자료를 재분석해 증거를 찾아냈다.
금성 표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지대의 레이더 이미지에서 암석권의 거대한 덩어리가 언 호수의 깨진 얼음처럼 서로 밀어내거나 스쳐 지나가고, 도는 등의 움직임을 보인 것을 포착했다.
이전에는 분간되지 않았던 이런 구조 변형은 컴퓨터 모델을 통해 지구와 비슷하게 행성 내부에서 느린 움직임이 만들어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지구의 경우 암석권이 판(板) 구조로 쪼개져 있으며, 온도 차이에 따른 맨틀의 대류 영향으로 판이 서로 부딪히거나 밀어내고, 다른 판 밑으로 들어가는 등의 구조 운동을 한다.
번 부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지구에서 보는 구조와 다르기는 해도 지구와 비슷한 방식으로 내부 운동이 표면의 변형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지각 덩어리와 관련된 변형이 아주 최근에 나타났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지질학적으로 금성이 아직 살아있다는 점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고 했다.
연구팀은 새로 포착된 유빙과 같은 움직임이 지구 초기와 외계행성의 구조 변형에 대한 이해를 넓혀줄 것으로 보고있다.
번 부교수는 이와 관련 "행성 암석권의 두께는 내부와 표면이 얼마나 뜨거운지에 따라 결정되는데, 지구 초기의 내부 열 흐름은 지금의 세 배에 달해 현재의 금성과 비슷했을 수 있다"면서 "금성의 암석권은 판을 형성할 정도로 두껍지는 않지만 덩어리들을 형성해 서로 밀어내거나 잡아당기기에는 충분히 두껍다"고 했다.
연구팀은 NASA와 유럽우주국(ESA)이 잇따라 발표한 2030년대 금성 탐사를 통해 마젤란호보다 훨씬 더 선명한 금성 표면 이미지를 얻게 되면 "금성의 저지대가 서로 밀쳐내는 쪼개진 지각 덩어리를 갖고 있다는 이번 연구 결과를 검증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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