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 100년] ③ 총부리 겨눈 상대·최대 교역 파트너 '애증'

입력 2021-06-20 07:07
[中공산당 100년] ③ 총부리 겨눈 상대·최대 교역 파트너 '애증'

신중국 건국이후부터 수교이전까지 중국의 한반도 파트너는 북한

교역 급속 성장·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속 '경열정냉' 한계도



(선양=연합뉴스) 차병섭 특파원 = 한국전쟁에서 총부리를 겨눴던 상대이자 최대 교역 파트너, 애증으로 얽힌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들이다.

1921년 중국공산당 창당 후 한국의 항일독립 과정에서 일부가 협력관계를 맺긴 했으나 신중국이 건국된 이후부터 한중 수교까지 중국의 한반도 파트너는 '혈맹' 북한이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장제스(蔣介石) 주석이 이끄는 국민당 정부와 밀접한 관계였던 반면, 사회주의 계열 조선인들은 중국공산당을 통해 항일전쟁에 가담한다.

북한은 국공내전 당시 중국공산당을 지원했고, 특히 중국은 한국전쟁 발발 후 '항미원조(抗美援朝·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도운)'를 기치로 참전해 약 19만명이 전사했다.

한국전쟁 기간 국군의 전사·실종자도 16만여명에 달했을 뿐만 아니라 이 기간 국토가 초토화됐다. 좌우 이념대결의 시대인 냉전 시기에는 진영 논리가 확고했던 만큼 한국에 있어 중국공산당이 이끄는 중국은 협력보다는 경계의 대상이었다.

북한과 중국이 '사회주의 국가'라는 공통분모를 바탕으로 당 대 당 관계를 중시해온 반면, 한국은 1992년 수교 이후에야 중국과 국가 대 국가로서 관계를 맺는다.



양국은 이후 선린우호 관계를 거쳐 1998년 협력 동반자, 2003년 전면적 협력 동반자,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수준을 끌어올렸다.

그사이 마늘분쟁·동북공정 등 여러 갈등이 있었지만, 양국은 교역규모 면에서 급속한 성장을 이룬다.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양자 교역은 1992년 63억여 달러(약 7조원)에서 2018년 42배인 2천686억여 달러(약 304조원)로 증가했고, 2019~2020년에도 2천400여억 달러 수준을 유지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한국의 전체 교역액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23.3%였고 여기에 홍콩하면 26.5%까지 올라가, 교역순위 상위인 미국(12.9%), 일본(7.3%), 베트남(6.6%)을 합친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경열정냉'(經熱政冷·경제는 뜨겁고 정치안보는 차가움)이라는 말처럼, 그동안 한중 관계는 북한·미국을 비롯한 정치적 변수에 따라 수차례 출렁거렸다.

중국은 2010년 북한의 천안함 공격과 연평도 포격 당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북한 편에 섰지만, 2011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2013년 친중파로 알려진 장성택이 숙청되면서 북한과 소원해진다.

이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2014년 북한보다 먼저 한국을 방문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중국 베이징(北京) 톈안먼(天安門) 망루에 올라 중국 항일전쟁 승리기념일 열병식에 참석하면서 한중 '밀월'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하지만 2016년 한국이 주한미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를 배치한 후 중국이 한한령을 비롯한 유무형의 보복조치를 가하면서 한중관계는 얼어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코로나19 여파 속에 시 주석의 답방은 성사되지 않았다.

양국은 올해와 내년을 '한중 문화 교류의 해'로 정했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출입국 제한과 김치 기원 등을 둘러싼 양측의 문화적 갈등이 이어지면서 이렇다 할 교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7일 리룡남 중국 주재 북한 대사를 만나 '혈맹'을 강조했지만, 약 2주 뒤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통화에서는 "(미국의) 잘못된 장단에 따라가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후 미국이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등을 통해 대(對)중국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남북한에 대한 온도 차를 드러낸 발언이었다.



뤼차오(呂超) 중국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한중 관계는 수교 이전 적대적이었지만 이후 빠르게 발전했다"면서 "중국은 한국의 최대 무역파트너가 됐다. 정치외교 분야에서 여러 곡절이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정상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최근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만 등이 거론된 데 대해) 문 대통령이 미국의 말에 따르는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도 "한국은 여전히 자주독립 외교 노선을 견지하고 있으며, 중국은 이를 지지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뤼 연구원은 "한반도 평화통일과 비핵화 문제에서 한중의 입장은 고도로 일치한다"면서 "양국의 협력공간이 넓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미중간 경쟁 심화에 따라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에 의존해온 우리 정부의 '안미경중'(安美經中) 외교전략이 시험대에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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