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공산당 100년] ① 쫓기던 '대장정'…이젠 최강국 목표 '중국몽'
중국식 사회주의로 경제대국 'G2' 반열 올라…'두 개의 100년' 비전
일당 지배 장기화에 부패 만연·빈부 격차 등 해결 과제도 수두룩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고난의 대장정 한걸음에서 이제는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인 중국몽(中國夢)을 꿈꾼다.'
오는 7월 1일로 창당 100주년을 맞는 중국 공산당의 과거와 현재를 한마디로 표현해주는 말이다.
1921년 7월 붉은 깃발을 올린 중국 공산당은 10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당원 9천191만 명의 세계 최대 정당으로 자리 잡았다.
14억 명 인구의 중국을 사회주의로 무장시켜 G2(주요 2개국) 반열까지 올려놓았고 이제는 세계 최강국 미국의 자리까지 넘보고 있다.
이런 성과에도 과도한 사회 통제와 일당 지배에 따른 부패와 빈부 격차 등 당면한 과제와 도전이 중국공산당 앞에 산적해 있다.
중국 공산당은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한 존재였다.
중국공산당은 1921년 7월 23일 상하이(上海) 프랑스 조계지에서 제1차 전국인민대표대회를 열어 창당할 때만 해도 대표 13명, 당원은 53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국제 코민테른의 전폭적인 지원에다 일본 등 외세의 침입 등 정치적 혼란이 겹치고 산업화 초기 단계에서 양산된 노동자들이 가세하면서 정치적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20세기 초 일제 침략 속에 중국에서 민족해방운동이 일면서 공산당은 차츰 주목받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은 1923년 국민당과 통일전선을 수립해 쑨원(孫文)과 1924년 제1차 국공합작을 통해 북벌에 참여했다.
쑨원 사망 이후 장제스(蔣介石)가 국민당을 집권하면서 공산당을 탄압하자 중국공산당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몰렸다. 이에 공산당은 1934년부터 1년가량에 걸친 대장정을 단행해 옌안(延安)에 새 근거지를 마련하면서 마오쩌둥(毛澤東) 지도체제가 확립됐고 혁명 노선도 단일화됐다.
이어 동북 군벌 장쉐량(張學良)의 시안(西安) 사변을 계기로 1937년 제2차 국공합작까지 이뤄졌다.
일본이 1945년 미국 연합군에 항복하자 공산당과 국민당은 1946년 중국 본토 주도권을 놓고 내전에 돌입했다.
공산당은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던 국민당 군대를 대만으로 쫓아낸 뒤 1949년 10월 중화인민공화국을 수립해 신중국의 탄생을 선언했다.
중국공산당은 토지개혁 등 사회주의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했으며 한국전쟁에도 참여하고 티베트를 강점했다.
소련의 지원이 끊기자 중국은 1958년 대약진 운동을 통해 낙후된 농촌사회에서 산업화 국가로 발전을 시도했지만 농촌이 황폐해지는 등 부작용만 속출했다.
1966년부터 1976년까지 마오쩌둥이 주도했던 사회주의 실천 운동인 문화혁명도 300만 명의 당원이 숙청되고 경제가 피폐해지는 등 혼란만 야기했다는 냉혹한 평가를 받았다.
1978년 12월 중국공산당은 덩샤오핑(鄧小平)의 주도로 개혁·개방 노선을 채택해 중국 특색 사회주의 시장경제 건설을 시작했다.
이후 중국의 국가 지도자 바통을 이어받은 장쩌민(江澤民), 후진타오(胡錦濤)에 이어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에 이르기까지 경제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중화민족의 부흥을 위한 '중국몽'(中國夢)이 장기 비전으로 제시됐다.
하지만 이런 외형적 성장과 발전에도 중국 공산당의 일당 지배에 따른 인권 문제 등 부작용은 서구 국가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일당 지배에 따른 권력 고착화로 끊임없이 부패로 인해 처벌받는 고위급 인사들이 나오고 있으며, 사회주의 사회임에도 빈부 격차가 상상을 초월해 심각한 사회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나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 등 인터넷과 온라인이 발달한 시대에도 여전히 강력한 통제로 중국 젊은 층의 분출 욕구가 막히고 있다는 점도 '열린 사회'를 역행하는 측면으로 지적된다.
중국인들의 삶이 풍족해지면서 공산당과 사회주의적 이념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지는 점도 공산당의 고민거리다.
이런 위기감 속에 중국 공산당은 창당 100주년을 맞아 공산당의 리더십과 성과를 띄우는 대규모 행사를 통해 향후 100년을 통치하기 위한 굳건한 기반 마련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공산당 이론지인 '추스'(求是)는 창당 100주년을 앞두고 공산당의 지도력을 칭송하고 당사(黨史)를 강조하는 시진핑 주석의 발언을 모아서 편찬하면서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과 중국몽을 위한 애국 교육을 강조했다.
시진핑 주석은 7월 1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리는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 연설에서 공산당 지도 아래 새로운 100년을 위한 좌표와 키워드를 제시하며 중국몽 실현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창당 100주년 공식 행사 또한 신형 무기를 대거 공개하는 열병식은 하지 않지만 그에 못지않은 대형 경축 행사를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거행해 '당이 바로 인민'임을 부각할 예정이다.
톈안먼과 쯔진청(紫禁城·자금성)은 이미 오는 23일부터 출입이 통제됐다. 톈안먼 경축 행사에서는 전투기와 헬기가 대거 투입돼 공산당 100주년을 상징하는 '100'과 창당 기념일인 7월 1일인 '71'을 공중에서 형상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군악대, 합창단, 국기 호위대, 예포 발사대와 지원인력 등 1만4천 명이 동원돼 경축식 당일 톈안먼 광장에서 대규모 퍼레이드와 문화 축제, 불꽃놀이 등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러시아 등 사회주의 국가 정상들을 직접 초청하는 대신 외교 사절을 경축식에 초청하고 주요국 정상들의 축하 메시지를 공개할 예정이다.
창당 100주년을 맞아 본격적인 애국주의 띄우기에도 돌입했다.
중국공산당 발전에 기여한 당원들에게 창당 일을 의미하는 '7·1 훈장'을 수여하고 공산당 관련 대규모 전시회, 문화 공연, 세미나, 좌담회 등은 물론 도서와 영화 등이 쏟아지고 있다.
중국 유명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 '1921'은 창당 100주년을 조명하는 내용으로 중국 정부의 지원 아래 이미 대대적인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은 미래 비전과 관련해 '2개의 100년'(중국공산당 창당 100년과 신중국 건국 100년) 목표를 갖고 있으며, 이번 창당 100년에 이은 두 번째 건국 100년을 맞는 2049년까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루겠다는 구상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행사의 성공은 결국 내년 당 대회에서 시진핑 주석의 절대 권력을 굳히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 지도부의 향배를 가늠해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