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에 실권 네타냐후, '30분 정권 인계'에 관저도 안 비워
"베네트 신임 총리에 대한 공개적 유감 표시…아무 것도 인계 안돼"
야당 지도자 된 네타냐후, 재기 다짐…"더 빨리 돌아올 것"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자신을 반대하는 연립 정부에 밀려 12년 장기집권을 마감한 베냐민 네타냐후(71) 전 이스라엘 총리가 부실한 정권 인계로 도마 위에 올랐다.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에 따르면 네타냐후 전 총리는 지난 14일 새 연정을 이끄는 나프탈리 베네트 총리에게 정식으로 정권을 넘겼다.
정권 인수인계를 위한 네타냐후 전 총리와 베네트 신임 총리의 면담은 30분 만에 종료됐다.
한 정계 고위 인사는 베네트 총리측 정권인수팀이 면담 후 받은 느낌을 "심각한 충격"이라고 묘사했다.
그는 "아무것도 없었다. 절차도, 조직 문화도, 공석인 중요 정부 보직에 대한 설명도 없었다"며 "특히 안보와 경제에 중대한 사안들도 방치됐다. 심지어 이란 핵 프로그램과 미 백악관과의 관계에 관한 문서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 인사는 이어 "30분 만에 정권을 인계한 것은 후임자인 베네트 총리에 대한 공개적인 유감 표시다. 아무것도 인계된 것이 없다. 비난을 피하려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12년 2개월에 달하는 재임 기간 미국 버락 오바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비롯한 세계 지도자들과 대화를 나눴고, 각종 협약을 체결했다.
또 2018년에는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를 통해 이란 핵 프로그램도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자료들은 대부분 네타냐후 전 총리의 전용 노트북 컴퓨터와 그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고, 새 정부에는 전달되지 않았다고 신문은 전했다.
네타냐후 전 총리 실권 직전에 임명된 다비드 바르니아 모사드 국장도 베네트 총리에게 업무 보고를 했으나, 이런 사안들에 대한 많은 정보를 갖고 있지는 않았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또 총리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예루살렘의 관저를 비우지 않은 채, 마치 아직 총리직을 유지하는 것처럼 유명인을 맞이해 논란을 빚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지난 14일 트위터에 이스라엘 총리 관저에서 네타냐후 전 총리와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네타냐후 총리와의 시간은 항상 귀중하다. 이스라엘 안보와 번영에 기여한 그의 공로는 역사적"이라고 썼다.
그러자 이 트위터 메시지에는 "그는 이제 총리가 아니다. 그리고 총리에게 귀속된 이 집을 방문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비난 댓글이 달렸다.
이스라엘의 경우 정권 인수인계에 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 그러나 마치 총리직을 유지하고 있는 것처럼 관저에서 손님을 접대하면서 네타냐후 전 총리는 국민들의 비난을 사고 있다.
그동안 네타냐후 퇴진 운동을 벌여온 단체 '범죄자 총리'의 변호인은 이달 말까지 관저를 비우지 않을 경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발송했다.
네타냐후 전 총리는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가 새 연립정부 신임투표를 하기에 앞서 한 마지막 의회 연설에서 베네트 총리를 나약하고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공격했다.
그는 또 자신이 야당 지도자로 남아 "이스라엘의 안보를 보장하는 임무를 계속할 것"이라며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빨리 돌아올 것"이라고 재기를 다짐했다.
이런 가운데 네타냐후 전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과 리쿠드당의 우호 세력인 초정통파 유대교 계열 정당 '샤스', 토라유대주의당 등은 지난 13일 출범한 반네타냐후 연정에 대한 불신임투표안을 크네세트에 제출했다.
리쿠드당은 "이 연정은 대중에 대한 거짓과 속임수를 통해 구성된 만큼 유권자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스라엘은 극심한 정치적 분열 속에 지난 2년간 무려 네 차례나 총선을 치렀다.
네 번째로 치러진 지난 3월 총선에서는 네타냐후 당시 총리가 이끄는 리쿠드당이 전체 120석 중 30석을 차지해 원내 최대 정당이 됐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우파 중심의 연정 구성에 실패했고, 연정 구성 권한을 이어받은 2대 정당 예시 아티드가 7개 군소 정당과 합의를 통해 정권교체에 성공했다.
meolakim@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