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초등돌봄교실에 아이 보내면 엄마가 일할 확률 7.8%p↑"
"평균 근로시간 주당 4.7시간↑…하교시간 늦추면 학원 선택 경향 높아져"
(세종=연합뉴스) 이보배 기자 = 자녀가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하면 여성의 근로 참여 확률이 이용하지 않는 경우 보다 7.8%포인트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한성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17일 '여성 경제활동 증가에 대응한 초등 돌봄 체계 개선방안'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 연구위원은 서울 25개 자치구 중 재정자립도 순위가 가장 높은 3곳과 가장 낮은 3곳 등 6곳을 대상으로 설문하고, 2017년 1학기∼2019년 1학기 자료를 구축해 실증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자녀가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하는 경우 여성의 근로 참여 확률이 미이용자에 비해 7.8%포인트 정도 높게 나타났다.
여성의 평균 근로시간은 주당 4.7시간 증가했고, 사교육에 참여할 확률은 8.5%포인트 줄었다.
방과후학교 이용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발견되지 않았다.
사교육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결과, 초등돌봄교실 이용자의 경우 미이용자보다 월 3만8천원 감소했고, 방과후학교 이용자의 경우 월 1만5천원 줄었다.
이처럼 방과후학교보다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할 경우 여성 경제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것은 두 프로그램 간 운영 방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한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초등돌봄교실은 방과 후 5시까지 운영되지만, 방과후학교에서는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학생의 선택으로 자유롭게 수강한다.
한 연구위원은 "방과후학교 수강이 자율적이긴 하지만 제한된 인원만 참여할 수 있어 신청해도 탈락할 수 있고, 선정되더라도 방과 후 시간을 모두 보낼 만한 프로그램들이 제공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결국 여성 입장에서는 방과 후 시간에 자녀를 돌봐 줄 장소가 마땅치 않아 경제활동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연구위원은 돌봄 공백 해소를 위해 초등학교 정규수업 시수 자체를 늘리자는 주장에 대해서도 그것이 학부모 선택에 미치는 영향도 분석했다.
초등학교 정규수업시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이 연간 800시간 정도지만, 우리나라는 연간 655시간 정도다.
분석 결과, 초등학교 1학년의 경우 하교시간이 1시간씩 늦춰짐에 따라 초등돌봄교실 및 방과후학교 이용 확률은 각각 3.2%, 9.7%씩 줄었다. 반면 학원 이용 확률은 17% 증가했다.
하교 시간이 4시인 경우 방과 후 1시간 이내 학부모 선택에서 초등돌봄교실은 6.4%, 방과후 학교는 19.7% 감소했다. 반면 학원은 34.7% 늘었다.
한 연구위원은 "하교 시간이 더 늦춰질수록 학부모는 자녀를 돌봄서비스보다는 학원에 보내는 선택을 하는 경향이 높게 나타났다"며 "정규수업시수가 증가하더라도 사교육 이용을 줄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오히려 방과 후에는 학원을 선택하는 의도하지 않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법적 근거 마련을 통한 초등돌봄교실 및 방과후학교 기능 재정립, 돌봄 인프라 확대 및 신청 자격 완화를 통한 돌봄 서비스 수혜 대상 확대, 돌봄 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 현 돌봄정책과 연계한 정규수업시수 확대 검토 등을 개선 방향으로 제시했다.
bo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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