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손가락 경례' 미얀마 축구대표팀 골키퍼, 일본망명 신청(종합)
"귀국시 생명 위협…군부가 '닭 죽이듯' 시민들 총으로 쏴죽였다"
"용기 필요했지만 미얀마 상황 알리고 싶어"…日정부 "적절히 다룰 것"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월드컵 예선전에서 쿠데타 군부에 대한 저항의 표시인 '세손가락 경례'를 했던 미얀마 축구 국가대표팀 선수 한 명이 귀국하지 않고 일본에 망명을 신청했다.
17일 교도 통신과 NHK 방송 등에 따르면 대표팀 교체 골키퍼인 피 리앤 아웅(27)은 전날 밤 일본 간사이 공항에서 취재진에게 자신은 미얀마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본에 남아 난민 지위를 신청하겠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축구 대표팀은 같은 날 항공기 편으로 미얀마로 귀국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리앤 아웅은 공항 이민국에 망명 신청 의사를 밝힌 뒤 미얀마행 항공기에 타지 않았다.
그는 통역을 통해 취재진에 "(세 손가락 경례 이후) 군부가 미얀마에 있는 자신의 집을 찾아왔다"면서 "미얀마로 돌아갈 경우,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고 망명 신청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민국에 이런 생각을 밝히는 것을 거의 포기했었지만, 마지막 순간에 용기를 냈다고 설명했다.
리앤 아웅은 만약 자신의 결정 때문에 군부가 가족 및 동료 선수들을 체포하려 할 경우, 미얀마로 돌아가 대신 체포되겠다며 다른 이들의 안위를 걱정했다고 NHK 방송은 보도했다.
리앤 아웅은 미얀마 국민에 대한 일본의 지속적인 지지를 호소하면서 공항에서도 취재진을 향해 세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그는 "이런 제스처를 하는 게 내게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지만, 이제 더이상 걱정하지 않는다. 많은 사람들에게 미얀마의 상황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 대변인인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리앤 아웅의 바람을 청취한 뒤 이 문제를 적절하게 다룰 것"이라고 말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긴급조치 차원에서 일본 내 미얀마인들의 체류 연장을 허용했다.
이 조치는 일본에서 난민 지위를 신청하는 미얀마인들에게도 적용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리앤 아웅은 교도 통신과의 온라인 인터뷰에서도 군사정권 하에서는 귀국 즉시 구금돼 생명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점이 두렵다고 토로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는 군부가 시위를 벌이는 시민들을 향해 '닭을 죽이듯' 총을 쏴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쿠데타 직후 군부에 의해 가택 연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문민정부가 다시 국가를 운영할 때 귀국하고 싶다고 밝혔다.
리앤 아웅은 앞서 지난달 28일 일본 도쿄 인근 지바시에서 열린 일본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예선전 당시 국가가 연주될 때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모습이 TV 중계 화면에 잡혀 주목을 받았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 게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접한 태국의 민주화 운동 당시 널리 퍼졌다가, 군부 쿠데타 이후에는 미얀마에서 군사정권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통한다.
당시 그는 세 손가락에 영어로 '우리는 정의를 원한다'(WE NEED JUSTICE)라고 적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장면을 캡처한 사진은 미얀마 현지 SNS를 통해 확산했다.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전에 참여하는 미얀마 대표팀 구성은 일본에 가기 전부터 차질을 빚었었다.
대표팀 선수 중 일부가 쿠데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예선전에 불참을 결정했다.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갔으며, 나머지는 불참을 공개적으로 공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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