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미러 정상회담, 이견 불구 건설적…신뢰의 섬광 보여"(종합)
바이든과 첫 회담후 기자회견…"귀국한 양국 대사들 곧 임지 귀환키로"
"美와 핵안정성·사이버 안보 협의 시작할 것…우크라이나 위협안해"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양측의 이견에도 불구하고 미러 정상회담은 상당히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처음으로 회담한 뒤 독자 기자회견을 통해 회담 결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전했다.
푸틴은 회담에 대해 "원칙적 기조에 따라 진행됐고 여러 문제에서 (양측의) 평가들이 엇갈렸다"면서도 "하지만 양측 모두 서로를 이해하고 입장을 근접시키는 길을 모색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대화는 상당히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와 미국이 함께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하나도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바이든과 새로운 이해와 신뢰의 수준에 이르렀나'는 질문에는 '인생에는 행복은 없으며 오직 행복의 섬광만이 있을 뿐이다'라는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의 말을 인용하면서 "현재의 (미러 관계) 상황에서 가족 간의 신뢰 같은 것은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신뢰의 섬광은 비쳤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 개인에 대해서도 "기대했던 대로 아주 건설적이고 균형 잡혀 있으며 아주 경험 많은 사람이었다"면서 "우리는 전반적으로 같은 언어로 얘기했다"고 소개했다.
푸틴 대통령은 미러 갈등 와중에 자국으로 귀국한 양국 대사들을 조만간 임지로 돌려보내기로 바이든 대통령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앞서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지난 3월 중순, 존 설리번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는 4월 하순 각각 모스크바와 워싱턴으로 귀국했다. 두 대사는 이날 정상 회담에 참석했다.
푸틴은 2026년에 시한이 종료되는 미국과 러시아 간 핵통제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New Start)을 대체하기 위한 핵 협상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도 전했다.
이와 관련 러시아 인테르팍스 통신은 크렘린 관계자를 인용해 미러 정상이 핵전쟁 방지를 위한 전략핵 안정성에 관한 공동 선언문을 채택했다고 보도했다.
푸틴은 러시아가 미국 정부 기관과 기업들에 사이버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양국이 사이버 안보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러시아의 대미 사이버 공격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오히려 미국 측에서 러시아에 대한 사이버 공격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항변했다.
그는 양국에서 복역하고 있는 상대국 수감자 문제와 관련해서도 타협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양국 외무부가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 탄압 주장에 대해 "이 사람은 유죄 판결의 집행유예를 받아 당국에 출석해야 하는 의무를 무시하면서 외국으로 치료를 받으러 갔으며 퇴원 후에도 출석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독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귀국한 뒤에도 의도적으로 당국에 체포되는 길을 택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으로 군대를 이동 배치해 우크라이나를 위협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러시아는 자국 내에서 합법적으로 군사훈련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 우크라이나 정부가 동부 '돈바스 지역' 분쟁 해결을 위한 협정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에 대해선 "가볍게 논의해 언급할 게 없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서로 상대국 방문을 요청하지 않았으며 방문을 위해선 조건이 성숙해야 한다고 소개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은 이날 스위스 제네바의 고택 '빌라 라 그렁주'에서 약 3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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