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글리츠 "독일, 전세계 인질로…코로나백신 지재권 면제해야"
"독일 입장 바꾸지 않으면 팬데믹 맹위 떨칠 것…변이확산으로 재봉쇄 우려"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지프 스티글리츠 미국 컬럼비아대 석좌교수가 독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보호 면제에 반대하면서 전세계를 인질로 삼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독일이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제지되지 않고 맹위를 떨칠 것이라며 코로나19 백신 지재권을 즉각 면제하라고 그는 촉구했다.
세계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를 지내고 2001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스티글리츠 교수는 16일(현지시간) 독일 주간 디차이트에 실은 기고문에서 "전세계가 삶과 죽음에 관해 대대적으로 논쟁중인 가운데, 독일이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독일은 지난 5월 초 미국이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한다고 밝히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대변인은 당시 성명에서 "지재권 보호는 혁신의 원천으로 미래에도 유지돼야 한다"면서 백신 지재권 면제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백신 생산을 제약하는 요소는 생산력과 높은 품질기준이지 특허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전세계 인구를 코로나19로부터 적절히 보호해 바이러스의 확산을 멈추려면 100억∼150억회분의 백신이 필요하다"면서 "주요 7개국(G7)은 내년까지 23억회분을 빈국에 보내기로 했지만, 이는 한참 모자란 규모"라고 말했다.
그는 "전세계 여러 국가에서 코로나19 백신 사용이 제한적인 만큼, 이제 백신 생산물량을 끌어올리는 게 시급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특허나 저작권, 회사기밀과 산업디자인 등의 장애물을 일시적으로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재권 일시 면제가 합의되지 않는 한 코로나19 백신 생산 부족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테고, 전세계 백신 배분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각국이 세계무역기구(WTO) 지재권협정(TRIPS)에 따른 특허권 일시 유예에 합의하지 못한다면 저개발국에 상당수는 2023년 전까지 코로나19백신을 접종받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스티글리츠 교수는 "코로나19 백신 사용과 관련한 논란에서 놀라운 건 하필이면 (지재권 면제에 반대하는 게)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독일 정부라는 것"이라며 "이같은 고집불통의 태도에 따른 전세계의 인명 손실과 경제적 비용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독일이 입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팬데믹은 계속 제지되지 않고 맹위를 떨칠 것이라며 코로나19 백신이 안 듣는 새로운 변이바이러스가 확산해 전세계가 다시 봉쇄에 들어가야 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제상업회의소(ICC)는 저개발국이 직접 코로나19백신에 접근하지 못하게 되면 비용이 92억 달러(약 10조3천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yuls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