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생인류 조상, 약 5만년 전 네게브 사막서 네안데르탈인과 공존

입력 2021-06-16 16:55
현생인류 조상, 약 5만년 전 네게브 사막서 네안데르탈인과 공존

아프리카 밖 첫 이주지 '보커 탁티트' 유물 연대 추정 결과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현생인류의 조상이 약 5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벗어나 네게브 사막 주변에서 인류의 '사촌'이지만 멸종하고 만 네안데르탈인과 한동안 공존했을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예루살렘포스트 등에 따르면 '바이츠만 과학 연구소'의 엘리자베타 보아레토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스라엘 중부 네게브사막의 선사 유적지인 '보커 탁티트'(Boker Tachtit)의 유물에 대한 새로운 연대추정 결과를 토대로 이런 결론을 제시했다.

보커 탁티트는 지층과 석기가 잘 보존된 선사 유적지로, 후기 구석기시대 초기 유적지로 꼽힌다. 중기에서 후기 구석기시대로의 전환은 석기 제작 방식의 변화로 판단하는데, 석기의 주인이 네안데르탈인에서 현생인류로 바뀌었다는 잠재적 의미도 담고있다.

연구팀은 이 유적지가 아프리카에서 벗어난 현생 인류 조상의 첫 이주지로 분석했다.

지난 1980년대에 보커 탁티트 유적지를 처음 발굴해 논문을 발표한 미국인 고고학자 앤터니 마크스는 한 건의 방사성 탄소연대 측정을 근거로 유적의 형성 시기를 4만7천년 전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나중에 다른 유물에서는 약 3만4천년 전으로 시기가 나오는 등 후기 구석기시대 전환기가 1만년 이상 지속한 것으로 나타나 훨씬 짧게 끝난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났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3~2015년 추가발굴 때 출토된 유물을 대상으로 첨단 연대추정 방식을 동원해 다시 분석했으며, 약 5만~4만9천년 전에 처음 형성되기 시작해 4만4천년 전에 완료됐다는 새로운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보커 탁티트 유적 형성 초기 단계는 인근의 네안데르탈인 중기 구석기 문화와 겹친다면서 "이는 현생인류 조상과 네안데르탈인이 공존하며 상호작용을 해 유전적으로 교배가 됐을 뿐만 아니라 문화적 교류도 이뤄졌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이번 논문을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를 통해 발표했다.

eomn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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