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서 신동빈에 '승리 눈앞'
이커머스 대결서 신세계 우위 가능성…올해 초 야구 마케팅 경쟁도
(서울=연합뉴스) 홍유담 기자 =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둘러싼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 경쟁이 사실상 정 부회장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분위기여서 두 유통 맞수의 희비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신세계그룹의 이마트와 네이버 연합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신세계는 인수가로 4조원대의 금액을 써내고 롯데는 3조원 이하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정 부회장 특유의 통 큰 베팅이 성과를 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제시한 가격이 현격한 차이를 보인 것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며 "4조원대라는 대규모 자금을 쏟은 것은 오너의 의지가 강력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정 부회장은 올해에만 프로야구단 SK와이번스와 온라인 여성 패션 편집몰인 W컨셉을 인수하며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복합쇼핑몰 스타필드와 전문점 '노브랜드',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등의 성장을 위해서도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반면 롯데는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의 새 대표로 이베이코리아 출신 인사를 영입하는 등 인수에 공을 들였지만, 신세계에 밀리며 자존심에 금이 가게 됐다.
아직 최종 결론이 나진 않았지만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은 단순한 M&A 협상을 넘어 유통 맞수 간 자존심 대결의 성격도 띠었다.
롯데와 신세계는 과거부터 백화점뿐 아니라 각종 사업 유치와 점포 부지 선정, 마케팅 등 유통 전반에서 엎치락뒤치락하며 경쟁 구도를 이어왔다.
특히 올해 초 신세계그룹 이마트가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SSG 랜더스라는 이름으로 KBO리그에 뛰어들면서 양사의 라이벌 구도는 더욱 심화했다.
정 부회장은 야구를 매개로 신 회장을 직접 겨냥하며 롯데를 자극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 4월 28일 신 회장이 자신이 구단주로 있는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기 위해 6년 만에 야구장을 찾자 정 부회장은 자신을 의식한 행보라며 "그들(롯데)이 우리를 쫓아와야 할 것"이라고 도발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프로야구를 매개로 각종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 대결도 펼쳤고, 서로를 지목하며 출혈 경쟁에 버금가는 최저가 경쟁도 서슴지 않는 등 날을 세웠다.
신세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나날이 격화되는 이커머스 경쟁에서 이베이코리아를 손에 쥘 경우 그나마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된다.
지난해 기준 이베이코리아의 시장점유율은 12%, 네이버는 18% 수준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마트가 운영하는 SSG닷컴(3%)과 합치면 이베이코리아 인수 후 이마트-네이버 연합의 점유율은 33%로 쿠팡(13%)을 크게 앞지른다. 이마트와 쿠팡 점유율만 단순 합산해도 15%가 된다.
반면 롯데는 자사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이 5% 점유율에 머무르는 상황에서 성적 부진을 만회할 방책으로 꼽았던 이베이코리아 인수마저 좌초되면 더욱 긴장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위해 준비한 자금을 이커머스 사업에 쏟으면 반등할 수 있다"면서도 "롯데온 설립에 비슷한 수준의 비용이 소요됐던 것을 고려하면 쉬운 길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 중고나라를 인수한 것처럼 역량 있는 이커머스 스타트업 등에 투자하는 방법으로 이커머스 역량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yd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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