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트럼프 시절 정치인·언론사찰 법무부 조사 착수(종합)

입력 2021-06-15 15:06
미 의회, 트럼프 시절 정치인·언론사찰 법무부 조사 착수(종합)

법무부, 자체 지침 강화 방침…관련 책임자 이달 내 퇴진

WP·NYT·CNN 등 주요 언론사 발행·편집장, 법무장관 항의 방문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야당 의원과 언론인에 대한 법무부 차원의 사찰과 관련한 진상 조사에 착수한다.

외신에 따르면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14일(현지시간)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 시절 하원의원 및 언론 감시에 대한 법사위 차원의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며 "즉각적인 업무 개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법무부가 트럼프의 정적을 사찰하는 데 사법권을 사용했다"며 "의회는 정치인 혹은 언론에 대한 사찰을 불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전날 트럼프 행정부 시절 정치 사찰을 '쓰레기' 행위로 규탄하고 이에 대한 조사 방침을 확인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법무부가 지난 2016년 대선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을 위해 개입했다는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보도와 관련, 정보 유출자 색출을 위해 자사 기자들의 통신 기록을 사찰했다고 폭로했다.

지난달엔 바이든 사법부가 전임 행정부 시절 워싱턴포스트와 CNN 기자들에 대한 통신기록 열람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재임 시절 법무부에서 애덤 시프 정보위원장과 에릭 스월웰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그 가족과 보좌진의 통신 정보를 애플 등에서 수집한 것으로 확인되며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법무부도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고 정치인 정보 수집 등에 있어 자체적인 기준 강화 방침을 내놓았다.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은 성명에서 "입법부에 대한 자료 수집 절차와 방침을 평가하고 강화할 것을 지시했다"며 "문제 요소를 확인하고 강도높은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어떤 부적절한 고려도 사법 조사나 결정 과정에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할 것"이라며 "그간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졌던 이 원칙은 내 감시 하에서 지켜질 것이고, 이를 어기려는 시도는 엄중한 문책을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NN은 또 해당 통신 기록 압수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 법무부 국가안보국의 책임자인 존 데머스 국장이 퇴진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데머스는 2018년 2월 취임했으며 이는 애플을 상대로 통신 기록을 압수하기 위한 소환장이 발부된 몇 주 뒤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CNN방송 임원진은 이날 워싱턴DC 법무부 청사에서 갈런드 장관을 별도로 만나 법무부의 기자 사찰을 강하게 항의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NYT와 WP, 특히 CNN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가짜 뉴스'로 불리면서 대립해왔던 대표적 언론사들이다.

비보도를 전제로 이뤄진 이날 모임에는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NYT 발행인, 프레드 라이언 WP 발행인, 샐리 버즈비 WP 편집국장, CNN 워싱턴 지국장인 샘 파이스트 등이 참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법무부는 이날 모임에서 검찰이 기자들의 취재 기록을 추적하는 행위와 관련해 "새로운 룰을 정립할 필요성에 대한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라고 밝혔다.

법무부 관계자들은 또 트럼프 전 정부가 기자들의 전화, 이메일 기록을 압수했을 당시 기자들을 수사 목표 대상으로 삼은 것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설즈버거 발행인은 성명에서 기자들이 기밀 정보를 토대로 보도한 내용과 관련해 다시는 통신기록을 압수하지 말 것을 법무부에 촉구했다면서 "우려가 해소될 때까지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의 조회 대상이 됐던 CNN 기자 바버라 스타는 이날 칼럼에서 "진짜 충격을 받았다"며 "자유 언론에 대한 법무부의 은밀한 행위들은 이 나라의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우려했다.





kyungh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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