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뛰고 외국인 노동자 부족…주 52시간제 부담"
중소기업계 "인력난에 인건비 등 각종 비용도 커져"
경제단체들, 내달부터 52시간제 적용 50인 미만 업체에 계도기간 요구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이한승 기자 =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인건비도 올라 신규 채용도 어려운데 주 52시간제로 근로시간을 묶으면 일을 더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어요."
서울에서 금속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A대표는 다음 달부터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되는 것에 대해 걱정이 앞선다고 말했다.
A대표는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코로나19가 진정될 때까지라도 주 52시간제를 유예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수도권에서 플라스틱 제조업체를 운영하는 B대표도 "기존에 공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할 수 있는 기한이 지나 출국한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다시 들어오지 못해 인력 충원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그는 "당국에도 여러 차례 말했지만 외국인 노동자를 기다리는 업체들이 줄을 서 있다는 답변만 듣고 있다"고 말했다.
당장 다음 달부터 주 52시간제 적용 대상이 확대되지만 적지 않은 중소기업들은 경기 부진과 준비 부족 등을 이유로 계도 기간을 부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이달 10~11일 뿌리산업과 조선업종 207개 사를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 기업의 44.0%는 주 52시간제를 시행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답했다.
준비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인력난(42.9%)이었다.
코로나19 사태로 지난해 4월부터 외국인 노동자 입국이 사실상 중단된 영향이 컸다.
제조업을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정부의 외국인 노동자 도입 계획은 3만7천700명 수준이지만 실제로 입국한 인원은 6.4%인 2천437명에 그쳤다. 올해도 도입 계획은 4만700명이지만 지난달 말까지 실제 입국자는 2.5%인 1천21명이었다.
국내에서 '뿌리산업'과 섬유제조업 등에 대한 취업 기피 현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외국인 노동자 입국마저 사실상 막히자 현장에서는 일손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 수준(현재 시간당 8천720원)도 문제 삼고 있다.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경우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주 52시간제 준수를 위해서 추가로 인건비를 부담해야 하는데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은 2018년 16.4%, 2019년 10.9%, 지난해 2.87%, 올해 1.5%의 인상률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14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2018년 이후 최저임금은 현장이 수용하기 버거울 정도로 인상됐다"며 "30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최저임금조차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의 가파른 상승은 중소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5월 기준 수입물가지수(2015년 100 기준)는 112.41로 전월(109.56)보다 2.6% 올랐다. 이는 1년 전 같은 달과 비교하면 13.8% 높은 수준이다.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은 원재료 가격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잘 반영해 주지 않고 반영하더라도 차일피일 미루거나 일부만 반영해 체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불만이다.
중소기업계는 이런 상황을 들어 주 52시간제의 유연한 시행을 요구하고 있다.
또 특별연장근로제 인가 기간을 현행 연 90일에서 180일로 확대하고 8시간 추가연장근로제도 역시 적용 대상을 30인 미만 사업장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할 것을 주장한다.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은 "최소한 조선·뿌리·건설업 등 근로시간 조정이 어렵거나 만성적인 인력난으로 주 52시간제 준수가 어려운 업종과 집중 근로가 불가피한 창업기업에 대해서라도 추가적인 준비기간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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