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 입속에서 살아난 美남성…"죽는 줄…잠수탱크로 숨쉬어"
전문가 "큰 것 못삼키는 고래도 놀랐을 것…전면시야 좁아"
(서울=연합뉴스) 이영섭 기자 = "오, 신이시여. 내가 고래 입에 들어왔는데 얘가 날 삼키려 하는군. 이게 끝인가보다. 내가 곧 죽는구나. 여기서 나갈 방법이 없네…"
지난 11일(현지시간) 거대한 혹등고래에게 삼켜졌다가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미국 50대 어부는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아찔했던 순간을 이렇게 기억했다.
미 매사추세츠주 케이프 코드 주민인 마이클 패커드(56)는 당일 여느 날처럼 바닷가재를 잡기 위해 물에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순간 큰 충격을 느꼈고 모든 게 어두워졌다"면서 처음에는 상어에게 공격받은 줄 알았다고 전했다.
다만 손으로 주위를 더듬었을 때 주변에 이빨이 느껴지지 않아 고래에게 삼켜진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패커드는 삼켜진 순간 자신의 생사가 고래에게 달렸다는 점을 직감했다고 한다.
그는 "그렇게 큰 동물을 이길 순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고래는 날 갖고 하고 싶은 대로 할 터였다. 밖으로 내뱉거나 삼키거나, 둘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다만 긴박한 상황에서도 잠수 탱크로 숨은 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숨이 쉬어지네. 공기가 바닥날 때까지 이 안에서 숨 쉬고 있으려나"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곧 고래는 패커드를 뱉어냈고, 그는 보트에 타고 있던 동료들에게 구조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그는 "순간 고래가 수면 위로 올라가 머리를 세차게 흔들어댔고, 내가 허공에 떴다가 다시 물에 내려앉았다"며 "나는 풀려났고 지금 여기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패커드는 고래 입속에 30초가량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나왔을 땐 다리가 부서졌을까 봐 걱정했지만 검진 결과 타박상 외에는 큰 상처가 없었고 몇 시간 만에 그는 퇴원했다.
고래 전문가인 필립 호어 영국 사우샘프턴대 교수는 당시 고래도 아마 매우 놀랐을 것으로 추측했다.
그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고래는 전면 시야가 좁아서 패커드를 보지 못했을 테고, 까나리 등을 삼키려다가 실수로 사람도 들이마셨을 것으로 분석했다.
통상 고래 식도에는 멜론보다 큰 음식은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고래도 '패닉' 했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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