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무지개 연정', 네타냐후의 대외정책 이어갈 듯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을 12년 넘게 이끌어온 강경 우파 지도자 베냐민 네타냐후(71)가 물러나고 그 자리를 '무지개 연정'이 채웠다.
12년 만에 네타냐후 없는 이스라엘을 이끌어갈 새 연정은 중도 세력을 중심으로 좌파와 우파가 참여했고, 역사상 처음으로 아랍계 정당과 유대계 우파 정당이 한 지붕 아래 동거하는 상황이 됐다.
새 연정 출범을 계기로 네타냐후가 12년간 유지해온 이스라엘의 주요 대외 정책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지에 관심이 쏠린다.
◇ 극우성향 베네트가 주도하는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정책 영향은
네타냐후의 권위적이고 분열적인 정치를 종식하겠다는 목표로 연대한 새 연정의 방향키는 일단 극우 정치인 나프탈리 베네트(49)가 잡았다.
독실한 유대교도이자 극우 또는 강경 민족주의자로 분류되는 그의 정치 성향은 네타냐후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베네트는 이스라엘의 최대 대외 이슈인 팔레스타인 문제에 있어서만은 네타냐후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유지해왔던 인물이다.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점령한 팔레스타인에 유대인들을 이주시키는 정착촌 건설 운동에 앞장서 온데다, 팔레스타인 영토를 병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 왔다.
베네트가 팔레스타인 병합 등 더 강경한 생각을 실행에 옮길 경우 연정에 참여한 아랍계 정당 라암의 반발을 사, 연정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또 '두 국가 해법'을 들고나와 팔레스타인을 지원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움직임과 팔레스타인에 동정적 지지를 보내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부담스런 요소다.
연정 내 우파의 입장에서는 지난달 11일간 무력으로 맞섰던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휴전을 안정화해, 요르단강 서안의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와 하마스 통치하의 가자지구의 분리를 유지하는 것이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협상을 피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는 분석도 있다.
전체 국민의 20%에 달하는 아랍계 주민을 대변하는 라암 역시 연정 참여의 조건으로 팔레스타인 문제 등을 거론하지 않았으며, 이스라엘 내 아랍계 거주지역의 위반 건축물 보호와 아랍계 커뮤니티 개발을 위한 예산 확보 등에만 초점을 맞췄다.
◇ 대이란 강경기조 변화 생길까
네타냐후가 유지해온 대이란 강경 기조 역시 새 연정이 계승할 것으로 보인다.
중동 내 유일한 비공식 핵보유국인 이스라엘은 네타냐후 집권 기간 이란을 최대의 적으로 규정하고 이란의 핵 보유를 반드시 막겠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우라늄을 농축하는 이란 지하 핵시설의 화재와 전기고장, 이란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 암살 등이 이른바 '그림자 전쟁'으로 불리는 이스라엘의 공격이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반대로 이란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레바논의 무장 정파 헤즈볼라, 시리아의 알아사드 정권, 예멘의 후티 반군 등 이른바 '대리인'(proxy)들을 지원해 이스라엘을 위협하는 상황이다.
이런 안보 환경을 고려하면 새 연정도 대이란 강경책을 바꿀 가능성이 작고, 미국의 이란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 계획) 복원 움직임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차기 총리로 선출된 나프탈리 베네트는 13일 의회 연설에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미국을 겨냥해서는 이란과의 핵 합의를 복원하려는 시도가 '실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일각에서는 미 공화당 등에 든든한 후원 세력이 있었던 네타냐후와 달리, 새 연정 지도자들은 대이란 정책을 둘러싸고 미국과의 갈등을 공공연하게 드러내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이 밖에도 새 연정은 네타냐후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원을 받아 실행한 아랍국가들과의 관계 정상화도 계속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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