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동부유 시범구' 지정…사회주의 원칙으로 '좌회전'
알리바바 거점 저장성 지정…덩샤오핑 '선부론'→마오쩌둥 '공부론' 부상
소득 분배·사회복지 강화, 기업·부유층 사회 환원 '권장'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을 중심으로 한 중국공산당 지도부가 동부 연안의 대표적 발전 지역인 저장성을 사회주의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평등 사회를 지향하는 '공동 부유 시범구'로 지정했다.
1978년 덩샤오핑(鄧小平·1904∼1997)이 제창한 선부론(先富論)을 이념적 바탕으로 한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후 중국은 당장 분배보다는 나라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데 치중해 '공동 부유'는 사실상 '표어'에 그쳤다.
이런 중국이 '공동 부유' 목표 실현을 위한 구체적 노력에 나선 것은 중국 공산당이 덩샤오핑의 '선부론'에서 마오쩌둥의 '공부론'(共富論)으로 눈길을 돌리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11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은 전날 공동으로 '저장성의 공동 부유 시범구 건설 지지에 관한 의견'(이하 의견)을 발표했다.
약 1만자 분량의 의견은 이미 경제가 상당히 발전한 저장성에서 선도적으로 소득분배 개선, 사회복지 제도 강화, 도농 격차 해소 등의 시험을 진행해 공동 부유라는 목표를 다른 지역보다 앞서 실현해 선례를 만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소득분배 개선 차원에서 기업이 직원에게 지급하는 보수를 '합리적 범위' 내에서 높이라고 규정했다. 법정 최저임금도 '합리적으로 조정한다'고 했는데 이는 최저임금을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인상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의견은 취업 보장과 사회복지제도 강화 등을 통해 저소득층을 중산층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촉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유층과 기업의 '사회 환원'도 '공동 부유'의 한 방편으로 제시됐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사회에 보답하는 체제를 완비해야 한다"며 "고수입 계층과 기업가들이 사회 책임 의식을 갖고 사회 공익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견은 2025년까지 저장성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중간 단계 선진국 수준에 달한 가운데 중산층이 두꺼워지는 등 공동 부유 목표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단기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2035년까지는 1인당 GDP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가운데 공동 부유 목표가 기본적으로 실현되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동 부유 시범구'로 지정된 저장성은 마윈(馬雲)이 세운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본사가 있는 디지털 경제 선도 지역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당이 시범구 지정을 통해 '공동 부유'라는 목표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GDP 총량 기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할 정도로 경제력이 급속히 커졌지만 양극화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사회주의 국가의 정체성이 심각한 도전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선부론을 이론적 기반으로 중국 경제가 40여년간 비약적인 양적 발전을 한 상황에서 중국 공산당의 지도자들은 양극화 문제에 직면하자 사회주의 원칙으로 회귀하려는 모습이다.
중국 공산당과 국무원은 이번 의견 서두에서 "함께 부유해지는 것은 사회주의의 본질적 요구이자 인민대중의 공통 바람"이라며 "개혁개방 이래 일부 사람과 일부 지역이 먼저 부유해진 가운데 먼저 쌓인 부가 뒤따르는 부를 낳아 사회의 생산력이 크게 향상됐다"고 평가했다.
그렇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불균형 발전 문제는 여전히 두드러지고 도농 지역 간 발전 및 수입 격차가 비교적 크다"며 "공동 부유 달성은 경제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당의 집권 기반이 달린 중대한 정치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중국의 체제 특성상 불만이 수면 위로 본격적으로 분출되지 않고 있을 뿐이지 중국의 사회 양극화 문제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는 평가도 많다.
중국 정부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2017년 지니계수는 0.467로 0.5에 가까웠다. 불평등의 척도로 쓰이는 지니계수가 0에 가까우면 소득 분배가 평등하게, 1에 가까우면 불평등하게 이뤄진다는 뜻이다.
사회주의 국가인 중국은 부자들에게 물리는 세금이 선진국보다 크게 적다. 세계 주요 자본주의 국가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상속세가 없고 부동산 보유세도 일부 시범 도시를 제외하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은 '공동 부유 시범구' 지정을 내부적으로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발전 수립을 총괄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의견 발표를 통해 시진핑 동지를 핵심으로 한 당 중앙이 전체 인민이 공동으로 부유하는 것을 촉진하는 문제를 더욱 중요한 지위에 올려놓았다"며 "이는 불균형 발전 문제를 해결하려는 당 중앙의 결심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