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게릴라전 나선 미얀마 시민들…"전쟁 준비하고 있다"
시민방위군 창설되자 무장단체들 세력 규합…독립된 활동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군부에 맞서 무장한 미얀마 시민들이 곳곳에서 도심 게릴라전을 벌이는 가운데 임시정부 격인 국민통합정부(NUG)가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무장투쟁을 예고했다.
10일 프런티어 등 미얀마 매체에 따르면 국민통합정부는 지난달 5일 군부의 폭력과 공격으로부터 지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방위군(PDF)을 창설했다고 발표했다.
창설 한 달만인 이달 5일 국민통합정부의 킨 마 마 묘 국방부 차관은 기자회견에서 "많은 시민방위군이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며 "적정한 시기에 국민통합정부가 전투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민들은 2월 1일 쿠데타 발생 후 군부의 발포와 폭력에 가족과 이웃이 희생되자 "스스로 지키자"며 자체적으로 자경단 등 무장단체를 조직했고, 시민방위군이 창설되자 세를 합치고 있다.
양곤의 한 시민방위군 관계자는 "국민통합정부가 마을과 지역 차원의 시민방위군 지도자를 임명했다"며 "시민방위군은 점점 더 많은 무장 단체들과 손을 잡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무장단체는 시민방위군에 통합되거나 손잡는 것을 거부하고 독립 상태를 유지하려 하지만, 상당수는 힘을 합치는 상황이다.
군경에서 탈영한 이들도 속속 시민방위군에 합류하고 있다.
정부군이 기관총과 헬기·드론까지 띄워 공격하는 반면 시민방위군은 사냥총과 직접 만든 소총, 사제 폭탄으로 맞서고 있다.
하지만, 시민방위군은 군사훈련을 계속하면서 정부군을 향해 대범한 공격을 감행하는 등 점차 진화하고 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특히, 그동안에는 산악 지대나 외곽 지대에서 무력 충돌이 벌어졌으나 최근에는 도심 속 게릴라전이 벌어지고 있다.
양곤의 한 청년은 "쿠데타 발생 후 평화시위를 벌였지만, 정부군과 경찰이 우리를 무자비하게 진압했다"며 "저들이 진짜 총을 쏘기 때문에 더는 평화 거리 시위를 할 수 없고, 총을 들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는 친구들과 함께 한 달간 무장단체에 가입해 군사 훈련을 받은 뒤 양곤으로 돌아와 10명의 팀에 소속돼 게릴라전을 벌이고 있다.
이 청년은 "총 쏘는 법과 사제 폭탄 만드는 법을 배웠다. 양곤으로 돌아와 군경과 관공서를 공격하기 위해 사제 폭탄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도심 게릴라전을 벌이는 이들은 소규모로 팀을 짜 독립적으로 움직이며 '지하조직'(underground)을 뜻하는 'UG'로 부른다.
프런티어는 미얀마의 주요 도시에 최소 10개의 UG가 활동 중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부터 주요 도시 군경 초소, 관공서 등에 폭탄공격이 가해졌으며, 특히 미얀마 군부의 지시로 지난주 전국 학교가 개학한 뒤 등교를 저지하기 위해 학교에서도 잇따라 폭탄이 터졌다.
미얀마 교사의 절반 이상이 파업하고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 중이며, 학생의 90% 이상이 "쿠데타 정권 교육은 안 받을 것"이라며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noano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