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드디어 가나"…커지는 '트래블 버블' 기대
벼랑 끝 여행업계 '숨통'…상품 개발 나서고 직원도 점차 복직
여행희망객 "답답했는데 반가운 소식"…변종 유입 확산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이태수 기자 = 정부가 9일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여행안전권역)'을 본격 추진하기로 하면서 해외여행 재개에 대한 여행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자의 단체여행에 한해 방역 우수 국가에 대한 격리 없는 자유로운 여행을 허용한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트래블 버블 대상 후보 국가는 싱가포르, 태국, 대만, 괌, 사이판 등이다.
제한적인 해외여행 허용이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벼랑 끝에 몰린 여행업계는 드디어 숨통이 트이게 됐다는 반응을 보인다. 관련 여행상품 개발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백승필 한국여행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백신 접종자 가운데 약 30% 정도는 여행을 떠나려 하지 않을까 예상한다"며 "그렇게 되면 2019년의 절반 수준에 해당하는 해외여행 시장이 형성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여행사들은 최근 백신 접종자를 대상으로 한 해외여행 상품을 잇달아 내놨지만, 격리 문제 때문에 직장인들이 이용하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러나 잠재적인 해외여행 수요는 큰 상황이다.
온라인 쇼핑몰 위메프에서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일까지 일주일간 해외 항공권 예약이 직전 일주일보다 442%나 급증했다. 백신 접종 본격화로 해외여행 기대가 한층 커진 것이다.
참좋은여행이 지난해 11월 스위스나 이탈리아, 호주 등 해외여행 상품을 예약금 1만원에 내놓자 1만7천여명이 몰리기도 했다.
참좋은여행 관계자는 "정부가 트래블 버블을 통한 해외여행 허용 계획을 밝힌 만큼, 다른 여행상품 예약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트래블 버블 협정이 체결되면 곧바로 이를 활용한 상품 판매를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 사이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박모(35)씨는 "그동안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 너무 답답했는데 여행 갈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된다는 소식이 반갑다"며 "올겨울에는 따뜻한 휴양지를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서울 관악구에 사는 이모(32)씨는 "해외여행 재개로 코로나19 변종 바이러스 등의 국내 확산이 심각해지는 것은 아닐지 걱정도 든다"고 말했다.
트래블 버블이 현실화해 해외여행을 떠날 수 있기까지는 생각보다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권병권 우리여행업협동조합 이사장은 "백신 2차 접종이 8월이기 때문에 실제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것은 일러야 9월 추석 이후가 될 것"이라며 "여행업계도 이 때문에 추석 이후로 전세기 등을 알아보며 여행상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래블 버블이 단체여행에 국한됐고 대상 지역이 싱가포르와 태국 등 동남아 위주인 점도 한계로 꼽힌다. 여행 단가가 높은 유럽과 미국 본토는 이날 정부 발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권 이사장은 "여행을 적극적으로 떠나고 싶어하는 계층은 20∼30대인데, 이들은 접종 일정도 늦고 단체여행보다는 개별 여행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단체여행에 익숙한 중·장년층은 오히려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여행에 적극적이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백승필 여행업협회 상근부회장은 "미국과 유럽 시장이 열려야 명실상부한 해외여행 활성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코로나19 사태 이후 1년 반 만에 해외여행 재개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꽁꽁' 얼어있던 여행업계 고용도 풀릴 기미가 보인다.
하나투어는 전체 직원 1천400여명 가운데 올해 3월까지 200여명만 근무했지만, 차츰 복직이 늘어나면서 현재 400여명이 근무 중이다. 여행 상품 수요가 생겨나면서 근무 일수도 이달부터 주 3회에서 5회로 늘렸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올해 10월부터는 전 직원이 복직해 정상 근무로 돌아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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