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생성 베타 세포, 줄기세포 '대량 분화' 가능해졌다
다능성 줄기세포 분화 유도, 베타 세포 생성률 80%까지 높여
생쥐 이식 2주 이내 혈당 정상화, 1형 당뇨병 효과 '기대'
미국 소크 연구소,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논문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당뇨병은 인슐린을 만드는 췌장의 베타세포가 파괴돼 생기는 대사질환이다.
베타 세포가 손상되는 기전은 1형과 2형이 서로 다르다.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는 2형 당뇨병은, 신체 조직의 인슐린 내성으로 인해 베타 세포가 과도하게 인슐린을 만들다가 탈진해 죽는다.
이와 달리 전체 환자의 약 10%가 해당하는 1형 당뇨병은 면역 과민 반응으로 베타세포가 파괴되는 일종의 자가면역 질환이다.
대부분 30세 이전에 발병하는 1형 당뇨병은 현재 치료법이 없다. 환자가 생명을 유지하려면 계속 인슐린을 투여해야 한다.
이런 1형 당뇨병 환자와 가족에게 희망스러운 소식이 될 수 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인간의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종전보다 훨씬 더 효율적으로 이식용 베타 세포를 만드는 분화 및 배양 기술을 미국 과학자들이 개발했다.
이런 줄기세포 배양 베타 세포를 1형 당뇨병 생쥐에 시험한 결과, 약 2주 후에 혈당 수치가 정상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 소크 연구소의 후안 카를로스 이스피수아 벨몬테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7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스페인 출신의 생화학자인 벨몬테 박사는 소크연구소 산하 유전자 발현 연구소의 교수다.
이번 논문의 수석저자를 맡은 벨몬테 교수는 "제 기능을 하면서 안전하기도 한 베타 세포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방법을 개발한 건 매우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연구팀은 인간의 다능성 줄기세포(hPSCs)에 다양한 성장 인자와 화학물질을 적용해 췌장에서 발달하는 것과 비슷한 방식으로 베타 세포가 생성되게 유도했다.
사실 hPSCs로부터 베타 세포의 분화를 유도하는 기술이 새로운 건 아니다.
하지만 벨몬테 교수팀은 기존의 방법을 썼을 때 10~40%에 불과했던 베타 세포 생성률을 80%까지 끌어올렸다.
이렇게 배양한 hPSCs 유래(hPSCs-derived) 베타 세포는 생쥐 모델 시험에서 '생물학적 기능'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전자 조작으로 거부 반응을 차단한 1형 당뇨병 생쥐에 이식했더니 2주도 안 돼서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베타 세포 생성률을 높이는 건 미분화 세포(undifferentiated cells)의 처리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
미분화 세포를 그냥 두면 결국 원하지 않는 유형의 세포로 변해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단계적 접근을 통해 전체 분화 유도 과정을 최적화했고, hPSCs가 더 특화된 기능의 세포로 분화하게 유도하는 몇 종의 화학물질 칵테일도 만들었다.
실험실에서 일반적으로 하는 평판 배양과 달리 베타 세포의 입체적 배양을 유도한 부분도 주목할 만하다.
이렇게 하면 세포들 사이의 공유 표면적을 확대해 서로 영향을 미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것이 인체의 발달 과정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벨몬테 교수팀은 이번에 개발한 hPSCs 유래 베타 세포 배양 기술이, 다른 질환의 세포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도 유용할 거로 기대한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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