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와 사별해도 걱정 없는 '신탁형 주택연금' 내일 출시
"기존 '저당권 방식' 가입자도 전환 가능…시기 추후 안내"
주택 일부 전·월세 놓았어도 가입 가능…'압류 금지 통장' 도입
(서울=연합뉴스) 김다혜 기자 = 배우자와 사별 후 자녀들의 동의 없이도 주택연금을 원래대로 계속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주택 일부를 전세·월세로 놓은 사람도 임대차보증금을 맡기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한국주택금융공사는 오는 9일부터 이런 '신탁방식 주택연금' 상품을 출시한다고 8일 밝혔다.
주택연금은 만 55세 이상인 사람이 지금 사는 집을 담보로 맡기면 그 집에 살면서 평생 또는 일정 기간 연금(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가 보증해주는 제도다.
원래 공사가 담보 주택에 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하는 방식이었는데, 앞으로는 신탁(소유권 이전)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공사가 주택 명의를 이전받고 가입자는 연금수급권과 해당 주택을 거주·사용·수익할 권리를 갖는 구조다.
기존 저당권 설정 방식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주택 소유권이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공동 상속되는 탓에 자녀들이 모두 소유권 이전에 동의한 경우에만 배우자가 계속해서 주택연금을 받을 수 있는 문제가 있었다.
신탁 방식 주택연금을 선택하면 배우자가 사후수익자로 지정되고, 가입자 사망 시 주택 거주·사용·수익 권리가 배우자에게 자동 승계된다. '자녀들이 반대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노후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가입자와 배우자가 모두 사망하면 공사와 금융기관이 담보주택을 처분해 주택연금 수령액(대출잔액)을 회수하고, 남는 재산을 자녀 등 귀속권리자에게 준다.
만약 귀속권리자가 해당 주택의 소유권 이전을 원하면 공사와 협의해 주택연금 대출잔액을 금융기관에 상환하면 된다. 가입자가 살아있는 동안에도 원하는 경우 그동안 받은 주택연금(대출잔액)을 갚고 소유권을 다시 이전받을 수 있다.
또한 신탁 방식을 이용하면 주택 일부를 전·월세로 놓고 있는 다가구주택 소유주도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기존에는 보증금이 있는 임대차 계약 중이면 가입이 어려웠다.
집주인이 주택연금에 가입하면서 임대차보증금을 공사에 맡기면 공사는 계약 만료 시 정기예금 금리 수준의 이자를 주인에게 한 번에 지급한다. 집주인으로선 주택연금과 월세, 이자를 모두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신탁주택의 일부 공간에 대한 임대차계약은 가입자가 직접 임차인을 선정해 체결하되, 공사가 임대차계약에 대한 동의 및 보증금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신탁방식의 경우 기존 저당권 설정 방식보다 등록면허세 등 세금 부담이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예를 들어 70세가 3억원짜리 주택을 담보로 연금에 가입할 때 저당권 방식은 34만4천원을 내야 하지만 신탁 방식은 7천원만 내면 된다.
가입자 사망 시에도 소유권 이전을 위한 상속등기, 근저당권 변경 등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므로 61만4천원이 절감된다.
공사는 "기존 저당권 방식 이용자도 희망하는 경우 전환이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를 위해 공사와 금융기관의 전산 개발이 필요해 개발을 마치는 대로 차례로 전환을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신탁 방식을 택해 소유권을 이전하더라도 담보 주택의 보존·유지·수선 의무는 가입자가 부담한다.
가입자는 기존과 같이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의 납세 의무도 져야 하며 건강보험료 산정 시에도 신탁 주택을 가입자 재산으로 간주한다.
공사 관계자는 "공사는 담보 취득을 위해 주택의 소유권을 이전받는 것일 뿐"이라며 "가입자가 보유세 등을 내지 않으면 주택연금 지급이 정지되고 주택연금 대출잔액을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공사는 압류가 금지되는 주택연금 수령 전용 통장을 9일부터 도입한다.
개인 사정으로 재산을 모두 잃게 되더라도 '주택연금 지킴이 통장'을 활용하면 최대 185만원(민사집행법상 최저생계비)까지는 압류 걱정 없이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주택연금 지킴이 통장의 최대 입금금액은 185만원이지만 통장 잔액은 금액 제한 없이 유지할 수 있다. 출금 및 이체 제한도 없다.
공사 관계자는 "월 연금 수령액이 185만원 이하인 가입자는 9일부터 주택연금 지킴이 통장을 신청할 수 있다"며 "월 수령액이 185만원을 넘거나 인출 한도를 설정한 고객은 금융기관의 분할 입금 전산 개발이 완료된 후 지킴이 통장을 신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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