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소비자가 지불한 농산물 가격 중 농민 몫 3분의 1 안 돼
나머지는 유통, 가공처리 등 농민 손 떠난 뒤 창출된 부가가치
(서울=연합뉴스) 엄남석 기자 = 세계 소비자들이 농산물을 사면서 지불하는 가격 중 1차 생산자인 농민에게 돌아가는 몫은 약 27%로 3분의 1이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농산물이 가정이 아닌 식당 등에서 소비될 때 농민의 몫은 7%까지 낮아졌다.
나머지는 농민의 손을 떠나 도·소매 유통과 가공처리, 식당 서비스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창출된 부가가치의 차지가 됐다.
미국 코넬대학과 외신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찰스 H. 다이슨 응용경제·경영학과'의 크리스 배릿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세계 식료품 경제의 90%를 차지하는 61개 중·선진국의 2005~2015년 자료를 분석해 얻은 이런 결과를 과학 저널 '네이처 푸드'(Nature Food)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소비자의 농산물 구매 가격을 농업 생산 단계와 생산 이후 부가가치 활동으로 구분하는 표준화된 접근법인 '글로벌 푸드 달러'(Global Food Dollar) 방법을 개발해 자료를 적용했다. 이 방식은 미국 농무부 '경제연구서비스'(ERS)가 1947년부터 매년 농산물 가격을 세분화해 발표해온 '푸드 달러 시리즈'를 토대로 하고 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중·선진국의 가정에서 소비되는 농산물 가격 중 1차 생산자의 몫은 16~38%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으며, 소득이 높아질수록 편의성을 찾아 가공처리된 식료품을 소비해 농민의 몫이 더 낮아지는 것을 확인했다.
평균치는 약 27%. 가정이 아닌 식당 등에서 소비할 때는 이 수치가 7%까지 낮아졌다.
중국과 인도 등 급속히 성장하는 국가에서는 국민 소득이 늘면서 농민의 총소득도 늘어나지만 농산물 가격에서 차지하는 농민의 몫은 줄어들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농산물 가격의 상당 부분이 이미 1차 생산 이후의 부가가치로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추세는 더 심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팀은 농산물 생산부터 유통과 가공처리, 서비스, 소비 등에 이르는 가치 체인에서 80~85%의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중간 단계에 관해서는 아는 것이 별로 없다면서 이에 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배릿 교수는 "우리가 소비하는 식료품 분야에서 경제적으로 큰 역할을 하는 주역은 농장의 1차 생산자가 아니다"라면서 "식료품 문제에 관해 생각할 때 가공업자나 제조업자, 도·소매업자, 식당 등 농업생산 이후의 가치 체인에서 발생하는 것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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