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전염시켰나…페루 대선 후보도 '선거사기' 주장

입력 2021-06-08 15:25
트럼프가 전염시켰나…페루 대선 후보도 '선거사기' 주장

후지모리, 카스티요에 역전되자 기자회견 열고 의혹 제기

"민의 거부하려는 분명한 의도…나라 미래 보호해야" 강조

트럼프 '대선 사기' 주장 이후 독일·이스라엘서도 비슷한 사례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 지난 6일(현지시간) 치러진 페루 대통령선거 결선에서 개표 막판 역전을 허용한 우파 후보가 선거 부정 및 사기를 주장하고 나섰다.

페루 선거관리당국에 따르면 7일 기준 95.9%의 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좌파 자유페루당의 페드로 카스티요(51) 후보가 50.26%, 우파 민중권력당의 게이코 후지모리(46) 후보가 49.73%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 중이다.

일본계 알베르토 후지모리 전 페루 대통령(1990∼2000년 집권)의 장녀이자 대선 3수생인 후지모리 민중권력당 대표가 개표 초반 앞섰으나, 시골 초등교사인 카스티요가 빠르게 격차를 좁힌 뒤 개표 90%대를 넘겨 역전했다.

AFP, EFE 통신에 따르면 카스티요 후보에 패배 가능성이 커진 후지모리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 부정 및 사기 가능성을 주장했다.

후지모리 후보는 일요일 선거에서 일련의 부정이 발견됐다며, 이는 우리를 우려하게 하는 만큼 밝혀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민들에게 알고 있는 어떤 부정선거 사례라도 보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후지모리 후보는 "민의를 거부하려는 분명한 의도가 있다"면서, 이번 문제 제기는 "우리의 출마에 관한 우려 때문이 아니라 이 나라의 미래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후지모리 후보의 러닝메이트인 루이스 갈라레타는 푸노 지역에서 카스티요 후보를 지지하는 한 가족이 지역 투표소 선거 관리자로 나섰고, 후지모리 후보를 지지한 1천200표에 이의가 제기됐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의가 없었다면 이번 선거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갈라레타는 말했다.

후지모리 후보는 카스티요 후보에 0.5%포인트(P) 차로 뒤지고 있지만 여전히 희망을 품고 있다면서, 해외부재자 투표함이 개표되면 격차가 줄 것으로 기대했다.

두 후보의 표 차가 근소할 경우 재검표 가능성도 있어서 최종 당선자 발표까지는 며칠이 걸릴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선거 조작을 주장한 이후 각국 선거에서 패배한 이들을 중심으로 이같은 선거 부정 및 사기를 주장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3일에도 성명을 내고 "2020년 부정 대선은 오늘부로 순 사기(The Big Lie)로 칭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독일에서는 지난 6일 작센안할트주 주의회 선거에서 극우 성향의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이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소속된 집권 기독민주당(CDU·기민당)에 크게 패하자 지지자들이 대규모 선거 사기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실권 위기에 몰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역시 같은 날 자신의 재집권을 막기 위해 중도와 좌·우, 아랍계 등 8개 정당이 추진 중인 새 연립정부 구성을 최대의 선거 사기라고 비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자신이 주도하는 우파 정당 리쿠드당 정파 모임에서 "새 정부가 구성된다면, 이는 대중의 뜻에 반하는 사기다. 역사상 최대의 선거 사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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