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맞수 롯데-신세계, 이커머스 시장 '게임 체인저' 누가

입력 2021-06-07 17:18
영원한 맞수 롯데-신세계, 이커머스 시장 '게임 체인저' 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사활 걸어…자존심 넘어 생존 대결

몸값 5조원?…자금 동원력이 관건, '승자의 저주'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권혜진 기자 = 국내 유통업계의 영원한 맞수인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이 이번에는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서 맞붙었다.

자존심이 걸린 대결에서 더 나아가 이커머스 시장에서 우위를 차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절박함이 담긴, 그야말로 사활이 걸린 싸움이라는 점에서 누가 승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신세계가 이커머스 업계 1위 네이버와 손잡고 이번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그 결과에 따라 시장 판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



◇ 단숨에 1~2위 노린다…사활 건 유통 맞수

7일 이베이코리아 매각을 위한 본입찰 마감 결과 롯데쇼핑과 신세계·네이버 동맹의 대결 구도로 좁혀졌다. 신세계는 이마트를 내세웠다.

이로써 백화점,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맞대결을 펼쳐온 롯데와 신세계가 최근 프로야구에 이어 이커머스 시장을 놓고도 각축을 벌이게 됐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한 발짝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소비의 중심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겨간 데다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향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 판도를 결정지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옥션·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지난해 기준 국내 이커머스 시장 점유율은 12% 정도로 추산된다. 네이버(18%), 쿠팡(13%)에 이어 3위다.

반면 롯데그룹의 통합 온라인 쇼핑몰인 롯데온과 이마트의 온라인 플랫폼인 SSG닷컴의 점유율은 각각 5%와 3% 수준에 불과하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대규모 할인행사 등을 앞세워 롯데온과 SSG닷컴의 외형 확장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지만 거래액이 지난해 기준으로 각각 7조6천억원과 4조원으로 국내 전체 온라인 쇼핑 거래액 161조원에 비하면 매우 작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20여 년간 운영하면서 확보한 이베이코리아의 고객 데이터, 상품 기획자(MD)와 정보기술(IT) 개발 인력은 시장 점유율 못지않게 탐낼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이베이코리아를 품는 쪽은 곧바로 1~2위 자리까지 다툴 수 있다. 특히 신세계·네이버 동맹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쿠팡과의 격차를 벌리며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차지하게 된다.

이번 본입찰에서 신세계와 네이버의 참여 지분 비율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신세계를 최대 주주로 하고 네이버가 일부 참여하는 형태인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로 이번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는 쪽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군소 업체로 전락해 성장 동력을 잃는 위기에 빠질 수 있다.



◇ 이베이 몸값 5조?…롯데-신세계 자금력 싸움

미국 이베이 본사는 이베이코리아 매각가로 5조원 이상을 기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와 신세계가 얼마를 제시했는지 공개되지 않았지만 수조원이 필요한 만큼 자금력이 가장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양측 모두 현금 동원력 등 재정 상황을 볼 때 인수 여력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롯데쇼핑의 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2조8천615억원이다.

여기에 지난 4월 롯데물산에 롯데월드타워·롯데월드몰 지분 15%를 팔아 8천312억원을 확보한 것까지 고려하면 3조6천927억원 규모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다.

다만 5조원 이상을 이베이코리아 몸값으로 지불하기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신세계 이마트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분기 기준 1조637억원으로, 지난달 서울 가양점 토지와 건물을 6천820억원에 매각한 것을 더하면 1조7천457억원을 확보하고 있다.

단순한 자금 확보 규모는 롯데와 차이가 나지만 네이버와 손을 잡은 만큼 인수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롯데나 신세계가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쿠팡과의 경쟁이 심화하며 추가 투자 부담까지 안을 경우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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