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아세안 한통속?…미얀마 국민·민주진영 반발 커져
중국, 아세안 지지…"중국-아세안 외교장관 회의에 군정 외교장관 초청"
미얀마 시위대, 아세안 깃발 불태우기도…SNS엔 아세안 조롱·비판 확산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미얀마 쿠데타 사태 해법 모색과 관련,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이 손을 맞잡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미얀마 국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군사 정권의 '뒷배'로 간주되는 중국에 대한 반감과, 반군부 진영은 외면해 군부를 인정하는 듯한 인상을 주는 아세안에 대한 불신이 합쳐진 데 따른 것이다.
7일 현지 매체 및 외신 등에 따르면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 외교장관과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 등 아세안 대표단 2명은 지난 4~5일 미얀마 현지에서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민 아웅 흘라잉 총사령관 등 군부 인사들을 만났다.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미얀마 사태 해법 모색을 위한 특사 후보자 명단을 제시했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이 아세안 성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교도 통신도 아세안 대표단이 군부와 반군부 진영간 향후 대화의 중재자로서 활동할 특사 후보 명단을 제안했다고 전했다.
특사 파견은 지난 4월24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서 미얀마 사태 해법 모색을 위한 5개 합의사항 중 하나다.
아세안은 성명을 통해 "이번 실무방문의 목적은 합의 사항의 효과적이고 시의적절한 실행을 통해 평화적 해결책을 찾는 데 있어 아세안이 어떻게 도움이 될지를 논의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미얀마 내 모든 이해당사자 사이에 건설적 대화를 촉진하고 미얀마에 대한 아세안의 인도적 지원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아세안을 거들고 나섰다.
천 하이 주미얀마 중국 대사는 지난 5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흘라잉 사령관과 만나 미얀마 사태에 아세안의 관여를 지지하며, 평화와 안정이 회복되기를 희망했다고 중국 대사관측이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미얀마 지도자 흘라잉 사령관은 미얀마는 국내 안정을 유지하고, 관련 합의사항 실행하는 데 있어 아세안과 기꺼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와디는 중국이 쿠데타를 비판하지도 않고 "내정"이라는 이유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개입도 막으면서도 미얀마 사태와 관련해서 아세안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시각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이날부터 이틀간 중국 충칭에서는 열리는 중국과 아세안 대화 관계 구축 30주년을 기념한 특별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이 외교장관 회의에는 미얀마 군부가 임명한 외교수장인 운나 마웅 르윈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군부 편을 들어온 중국이 아세안과 밀착하는 모습을 보이자 미얀마 민주진영 및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에 맞서 출범한 임시정부격인 국민통합정부는 지난 4일 아세안에 대해 "더는 신뢰하지 않는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국민통합정부의 모 조 우 외교부 차관은 온라인 언론 간담회에서 "군부가 합의사항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떻게 대처하겠냐고 수차례 문의했지만 아세안은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군부만 만나고 국민통합정부는 상대하고 있지 않다"면서 "솔직히 말해서 아세안의 노력을 더는 신뢰하지 않으며 어떤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지난 5일에는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시위대가 아세안 깃발을 불태우기도 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한 팻말에는 "아세안 방식은 쓸데없이 방관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적혀 있었다.
현지 SNS에서는 아세안 영문 이니셜인 ASEAN을 이용해 조롱하는 글귀도 퍼지고 있다.
ASEAN이 언제나(Always) 이기적이고(Selfish) 자기중심적이며(Egocentric) 노회한(Adroit) 이웃(Neighbors)을 뜻한다며, 미얀마 국민에게는 쓸모가 없다고 비난하는 글도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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