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렁춘잉·캐리 람 출마할 듯"
홍콩매체 "중국 정부, 최종 결정 빨리할 필요 없어"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 렁춘잉(梁振英) 전 행정장관과 캐리 람(林鄭月娥) 현 행정장관이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명보가 7일 보도했다.
차기 홍콩 행정장관 선거는 내년 3월 27일 열린다.
명보는 행정장관 선거가 10개월도 안 남은 상황에서 출마 예정자는 선거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렁 전 장관이 소셜미디어 활동을 활발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1월부터 지난 5일까지 렁 전 장관의 페이스북을 분석한 결과 하루 평균 5개씩 총 690개의 게시물이 올라왔으며, 이는 같은 기간 페이스북에 50개의 게시물만 올린 람 장관과 대비된다고 전했다.
또한 대부분의 게시물에 1천개의 '좋아요'가 달리고 어떤 게시물에는 1만개의 '좋아요'가 달렸다고 밝혔다.
반면, 람 장관은 현직 행정장관으로서 언론 노출도가 렁 전 장관을 압도한다.
명보는 홍콩과 중국 본토의 전통매체를 분석한 결과 해당 기간 람 장관의 노출빈도는 1만 698회지만, 렁 전 장관은 1천200회에 그쳤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친중 인사인 렁 전 장관은 2012년 7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홍콩 행정장관을 지냈다. 현재는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이다.
그는 2016년말 가정사를 이유로 행정장관 연임에 도전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들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행정장관 도전 의사에 대한 질문에 "홍콩과 국가에 봉사하기 위해 어떤 것이든 할 것"이라고 답했다.
라우시우카이(劉兆佳)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현재의 새로운 상황과 새 선거체계 아래에서 행정장관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은 중국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면서 "그러나 중국 정부는 최종 결정을 너무 빨리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차기 홍콩 행정장관의 가장 중요한 요건으로 꼽는 것은 애국 세력 단결을 위해 필요한 책임감과 용기, 충성심과 카리스마"라고 설명했다.
여론조사기관 홍콩민의연구소의 청킴화(鍾劍華) 부총재는 렁 전 정관의 출마 의지에 대해 '사마소지심'(司馬昭之心)이라고 지적했다.
'사마소의 마음'이라는 뜻의 고사성어로, 권력을 뺏으려는 야심이나 그러한 야심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는 뜻이다.
렁 전 장관이 앞서 2012년 선거에 출마할 때도 당시 행정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출마 선언을 했는데, 이번에도 현 행정부의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게 당시와 비슷한 양상이라는 설명이다.
청 부총재는 차기 행정장관 후보는 중국 정부의 승인만 얻으면 될 것으로 본다며 "중국 정부가 빨리 (후보자) 결정을 하지 않는다면 후보자는 출마 선언을 빨리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현재 람 장관의 인기가 너무 낮은 상황에서 렁 전 장관 측이 돌파구를 잘 찾는다면 조기에 후보를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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