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성토장 된 비트코인 축제…머스크 "마약 행사냐" 반발

입력 2021-06-06 11:15
수정 2021-06-07 11:41
머스크 성토장 된 비트코인 축제…머스크 "마약 행사냐" 반발

외신 "머스크에 적대감, 분열주의자 평가"…머스크 "미워 말라"

행사 열린 마이애미에 1만2천여명 운집…'가상화폐 수도' 선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비트코인 축제 '비트코인 2021 콘퍼런스'가 열린 가운데 참석자들이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를 성토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머스크가 지난달부터 돌발 트윗으로 가상화폐 시장에 잇따라 충격파를 안기자 회의장 안팎에서 그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 것이다.

미국 경제 전문 매체 폭스비즈니스는 5일(현지시간) "머스크의 비트코인 트윗이 가상화폐 하락의 원인으로 지목됐고 머스크는 이번 행사에서 맹비난을 받았다"면서 "머스크를 향한 적대감의 기운이 감돌았다"고 보도했다.

열혈 비트코인 옹호론자들로 구성된 주요 연사들은 머스크가 지난달 12일 비트코인 채굴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들어 비트코인 결제 중단을 돌연 선언한 것을 비판했다.

트위터 CEO 잭 도시는 "비트코인은 놀라운 자산이다. 비트코인에 모두가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남은 삶 동안 제가 할 일"이라고 밝혔고, 소프트웨어업체 마이크로스트래티지 CEO 마이클 세일러는 "비트코인은 낭비되는 에너지를 가장 가치 있게 사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를 창업한 타일러 윙클보스는 "인류가 화성에 도착했을 때 화성의 통화는 달러가 아닌 비트코인이 될 것"이라며 비트코인을 대신할 암호화폐로 도지코인을 띄워온 머스크를 저격했다.



CNBC 방송은 콘퍼런스의 이런 분위기를 두고 "머스크가 분열을 초래하는 인물"로 평가절하됐다고 전했다.

노골적으로 머스크를 비난하는 장면도 포착됐다.

비트코인 콘퍼런스 사회자로 나선 온라인 금융 방송 '카이저 리포트' 진행자 맥스 카이저는 머스크를 향해 공개적으로 욕설을 내뱉으면서 행사의 시작을 알렸고 참석자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비트코인 투자자이자 미국프로풋볼(NFL) 유명 선수인 러셀 오쿵은 마이애미의 비트코인 축제 행사장을 비롯해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의 캘리포니아주 본사 앞에서 '우주탐사 일이나 잘하라'는 의미를 담은 옥외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머스크는 자신을 향한 공격이 이어지자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자신을 향한 욕설에 비트코인 축제 참석자들이 열광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오자 여기에 댓글을 달아 "이것은 지독한 마약"이라고 조롱했다.

이어 머스크는 자신의 트윗 계정에 "당신이 미워하는 것을 죽이지 말고 사랑하는 것을 구하라"는 글을 남겼다.



머스크는 최근 도지코인 투자자가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앞서 별도의 도지코인 축제를 열자는 글을 트위터에 올리자 "재미있는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외신들은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최소 1만2천 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하면서 이 행사를 유치한 마이애미가 가상화폐 중심 도시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번 행사는 당초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캘리포니아주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지침 때문에 개최지가 마이애미로 변경됐다.

프랜시스 수아레스 시장은 마이애미를 가상화폐의 수도로 만들겠다면서 "이것은 조직적인 운동"이라고 밝혔다.

가상화폐 거래소 블록체인닷컴은 미국 본사를 뉴욕에서 마이애미로 이전하기로 했고, 벤처투자업체 보더리스캐피털도 본사를 애틀랜타에서 마이애미로 옮기면서 2천500만 달러 규모의 블록체인 투자 펀드를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AFP 통신은 마이애미의 비트코인 축제 개최를 두고 "차세대 가상화폐 허브가 되겠다는 신호"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마이애미 비트코인 콘퍼런스에 "사람들이 마스크를 벗고 몰려들었다"며 "마이애미가 가상화폐 그 자체가 됐다"고 전했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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