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지킨다" 미국 역대급 '총기 사재기' 열풍
구매용 신원조회 5월에 벌써 역대최고 작년 절반
코로나19 유행·사회불안에 '첫 구매자' 급증세
규제 난망…법원, '총기난사 흉물' 돌격소총 금지 풀기도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국에서 작년부터 '총 사재기'가 계속되고 있다고 CNN방송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총기의 천국'이라고 불리는 미국이지만 정부 차원 총기 판매량 통계는 없다.
다만 연방수사국(FBI) 총기구매자 신원조회 건수로 총을 산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가늠해볼 수 있다.
지난달 총기구매자 신원조회 건수는 322만2천여건으로 작년 같은 달(309만1천여건)보다는 4.2% 증가했고 재작년(234만9천여건)에 견줘선 37.2%나 뛰었다.
4월은 351만4천여건으로 작년과 재작년보다 각각 20.7%와 50.5% 급증했고 3월은 469만1천여건으로 작년과 재작년 대비 증가율이 25.4%와 77.4%에 달했다.
특히 3월 신원조회 건수는 1998년 11월 이래 월별 최고치였다.
2월엔 344만2천여건의 신원조회가 이뤄졌고 이는 작년과 재작년보다 각각 22.8%와 67.6% 많은 것이였다. 1월엔 431만7천여건으로 작년보다는 59.8% 많았고 재작년과 비교하면 99.4% 증가해 2배로 뛴 셈이었다.
올해 5월까지 총 신원조회 건수는 1천918만8천여건으로 작년 한해치(3천969만5천여건) 절반, 재작년 한해치(2천836만9천여건) 67% 수준에 이르렀다.
작년은 신원조회가 역대 최고로 많이 이뤄진 해다.
총 사재기는 '총을 처음 사보는 사람'이 주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총기업계 이익단체인 전미사격스포츠재단(NSSF)에 따르면 지난 3월 신원조회 200만건 이상이 '첫 총 구매자'를 위해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NSSF는 앞서 총기판매상 조사를 토대로 지난해 840만명이 생애 처음 총을 구매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총을 사들이는 이유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가장 먼저 꼽힌다.
흑인 중심 총기소유 옹호단체인 '전미아프리칸아메리칸총기협회'(NAAGA) 필립 스미스 대표는 "총기소유에 반대하는 사람을 포함해 많은 사람에게 팬데믹은 '한계선'이었다"라면서 "사람들은 팬데믹 때문에 소요나 폭력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 미네소타주(州)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한테 살해되면서 전국에서 인종차별 규탄시위가 일어 사회가 불안해지고 총기규제에 비교적 적극적인 민주당으로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커진 점도 총 사재기의 이유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해 신원조회 건수는 대통령선거 다음 달인 12월(393만7천여건), 6월(393만1천여건), 3월(374만여건), 7월(363만9천여건), 11월(362만6천여건) 순으로 많았다.
범죄학 교수인 잭 맥드비트 노스이스턴대 '인종과 정의 연구소' 소장은 "시민들의 소요가 일어난 시기엔 사람들이 밖으로 나가 자기방어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모습이 관찰된다"라면서 "그러곤 그들은 자기보호를 위해 총을 구매한다"라고 말했다.
지난 3월 한인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총격사건' 등 최근 총기난사사건이 잇따르면서 조 바이든 행정부가 총기규제에 시동을 걸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이날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지방법원 로저 베니테스 판사는 1989년부터 시행된 캘리포니아주의 돌격소총 판매 금지법이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베니테스 판사는 돌격소총인 'AR-15' 소총도 스위스 군용 칼과 마찬가지로 "국토방위 도구이자 가정용 방어무기"라면서 "범죄자나, 반역자, 테러리스트 손에 들어간 총과 총알이 위험하다지만 법을 준수하는 책임감 있는 시민에게 총을 쥐어주는 것이 더 낫다"라고 주장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번 판결이 공공안전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한다며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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