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담그고 화장하고 유해도 뿌리는 곳…인도인에게 갠지스강이란

입력 2021-06-05 15:16
몸 담그고 화장하고 유해도 뿌리는 곳…인도인에게 갠지스강이란

힌두교도에게 강은 '신앙의 뿌리'…갠지스강은 특히 신성

"죄 씻고 해탈 경지로 연결"…전통 힌두교 장례와도 밀접 연관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지난 몇 달간 인도에서 코로나19가 대확산하면서 인도 북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갠지스강이 뉴스에 자주 등장했다.

우선 하리드와르 지역의 갠지스강에서 열린 힌두교 축제 '쿰브 멜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지목받기도 했다.

힌두교도들이 감염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루 최대 수백만 명씩 갠지스강에 몸을 담갔기 때문이다.

밀려드는 코로나19 사망자로 밤낮없이 장례가 진행된 갠지스강변 곳곳의 노천 화장터 모습도 주목받았다.

치솟는 장례비용을 감당하지 못한 가족이 코로나19 희생자를 다리 위에서 갠지스강으로 던졌다는 보도도 나왔다.

갠지스강에서는 코로나19 희생자로 추정되는 시신 90구 이상이 떠올랐고, 현지 언론은 강변 모래톱에 얕게 묻힌 시신 수천여 구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최근 남부 벵갈루루 인근에서는 가족이 찾지 않는 코로나19 희생자의 유해 1천200구가 강물에 가라앉혀지기도 했다.

서양 문화에 익숙한 시각으로는 매우 생소하게 여겨질 수 있는 장면들이다.

그렇다면 인도인은 왜 이처럼 강에서 삶과 죽음의 연결 고리를 찾는 것일까. 굳이 시신과 유해를 갠지스강으로 던져넣은 이유는 뭘까.



이런 문화의 배경은 힌두교 전통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인도 인구 13억8천만 명 중 80%는 힌두교도다. 인도 사회의 가장 중요한 정신적 기둥 중 하나는 힌두교인 셈이다.

힌두교도들은 지난 수천 년 동안 강에서 신앙의 뿌리를 찾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갠지스강은 여러 강 중에서도 가장 신성한 곳으로 숭배됐다.

이에 대해 이광수 부산외대 인도학과 교수는 저서 '인도 100문 100답'에서 "갠지스 숭배의 출발은 그들(인도인)이 인도라는 거대한 땅덩어리를 하나의 여신으로 간주하기 시작하면서 출발한다"며 "갠지스는 삶의 시작이요 끝"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인도 사람들은 인도를 '어머니 바라뜨'라고 부르는데, 그 어머니의 젖줄이 갠지스강"이라며 "사람들은 갠지스강물에 몸을 담금으로써 모든 죄와 오염, 불길한 징조, 질병 등을 정화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갠지스강에서 벌어지는 의례에 대해 "단순한 오염과 죄를 씻어내는 차원을 넘어, 속죄하고 궁극적으로 해탈하는 경지로 연결된다"며 "갠지스에서의 죽음은 해탈"이라고 전했다.

갠지스강이 삶은 물론 죽음 이후의 세계로 연결되는 관문이자 성지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갠지스강은 "죽은 사람을 화장하여 뿌리는 최고의 장소"가 된다는 게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이유로 갠지스강 주변에는 힌두교의 주요 성지와 화장장이 몰리게 됐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인도의 화장 문화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힌두교도들은 화장을 통해 영혼을 육신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윤회에서 벗어나기를 원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인도 명문 자와할랄네루대와 자미아밀리아이슬라미아대에서 인도 사회학으로 석·박사 과정을 마친 김현혁 박사는 "대부분의 힌두교도는 장작으로 쌓은 제단 위에서 화장하는 전통적 방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전통 화장은 힌두교 승려의 축복과 시신을 강물에 씻기는 작업 등을 거친 후 진행된다.

시신이 완전히 탄 후 가족은 집으로 돌아가 목욕 등 정화 의식을 치른다. 이들은 3일 후 화장터로 돌아와 유해를 모아 신성한 강물에 뿌리게 된다.

이런 화장은 고대부터 내려오던 힌두교 전통 의식이지만 최근 일부 언론에 의해 왜곡돼 보도되기도 했다. 지정된 곳에서 노천 화장이 진행됨에도 인도인들이 코로나19 사망자가 늘어나자 마치 아무 곳에서나 시신을 태워대는 듯 묘사한 것이다.

김현혁 박사는 "인도 북부 힌두교 벨트에는 동네마다 화장터가 있고, 모든 화장터는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망자를 감당할 수 있는 역량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일부 언론은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동영상이나 사진을 재생산해 보도하면서 마치 인도 전역이 코로나19에 휩싸여 망자를 화장할 장소조차 없는 전쟁터가 된 것처럼 보도한다"며 "인도인들이 이런 보도를 본다면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조마조마하다"고 덧붙였다.

c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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