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코로나19 터널에 갇힌 남미…접종률 높아도 안심 못해

입력 2021-06-05 01:59
아직도 코로나19 터널에 갇힌 남미…접종률 높아도 안심 못해

브라질·아르헨티나·콜롬비아, 일일 신규 확진자 2∼4위

접종률 50% 넘긴 칠레와 우루과이도 확진 수천명 계속 쏙아져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확대되며 유럽과 북미 국가들이 점차 팬데믹 전 일상으로 돌아가고 있으나 남미 여러 나라는 아직 깜깜한 터널 속에 갇혀 있다.

여전히 많은 나라가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접종률이 높은 나라에서도 계속 확진자가 쏟아지고 있다.

남미 국가 중에서도 최근 상황이 특히 악화한 곳은 콜롬비아다.

인구 규모가 우리나라와 비슷한 콜롬비아의 4일(현지시간) 기준 누적 확진자는 348만8천여 명, 사망자는 9만여 명이다.

전날 하루 확진자가 2만8천624명, 사망자는 545명으로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콜롬비아에선 대규모 반정부 시위도 이어지며 사람들의 이동이 늘어나 확산세가 잦아들지 않고 있다.

인구 4천500만 명가량의 아르헨티나에서도 최근 연일 하루 3만∼4만 명의 확진자가 쏟아진다.

누적 확진자는 388만여 명이 넘고 사망자는 8만 명에 가까워졌다.



콜롬비아와 아르헨티나의 최근 하루 확진자는 인구 3억 명이 넘는 미국보다도 많다.

두 나라는 이달 남미 축구 국가대항전인 코파 아메리카를 공동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콜롬비아 시위 사태가 더해진 코로나19 위기 속에 결국 개최권을 반납해야 했다.

코파 아메리카 대체 개최지인 브라질의 사정도 좋지는 않다.

변이 확산 속에 남미 코로나19 진앙으로 떠오른 브라질은 지난 2일 하루 확진자가 다시 9만 명대를 웃도는 등 최악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콜롬비아는 전날 기준 전 세계 하루 확진자 수에서 인도에 이어 나란히 2∼4위를 차지했다.

최근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집단면역을 기대하긴 턱없이 부족하다.

영국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브라질에서 백신을 1회 이상 접종한 인구의 비율은 약 22%,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는 각각 22.5%와 14.5%다.

세계 평균 접종률(11.2%)보다는 모두 높은 수준이나 기댈 것은 백신밖에 없는 국가들 입장에선 아쉬운 속도다.



그렇다고 접종률이 높은 나라들의 상황이 딱히 나은 것도 아니다.

남미 칠레와 우루과이의 경우 1회 이상 접종률이 각각 57.2%, 54.7%, 접종 완료 인구의 비율도 각각 43%와 30%로 높지만 확진자와 사망자는 여전히 많다.

칠레의 전날 하루 확진자는 8천245명으로 전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고, 우루과이도 하루 확진자가 2천∼3천 명 선에서 줄지 않고 있다. 인구 대비로 치면 우루과이의 신규 확진자는 세계 최상위권이다.

칠레와 우루과이 모두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외에 중국 시노백 백신도 사용하고 있는데, 시노백 백신의 감염 예방효과가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라는 추정도 있다.

국제사회에선 여전히 코로나19 위기와 싸우고 있는 남미에 백신 지원이 집중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데이비드 맬패스 세계은행 총재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최근 미국 등이 중남미에 코로나19 백신을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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