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착륙 여객기서 체포 벨라루스 야권인사 소요조직 혐의 시인

입력 2021-06-04 17:34
강제착륙 여객기서 체포 벨라루스 야권인사 소요조직 혐의 시인

국영방송과 인터뷰서…부친 "고문 결과, 향정신성 약물 때문일수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벨라루스 당국의 여객기 강제착륙 사건 후 체포된 벨라루스 야권 활동가 라만 프라타세비치(26)가 소요 사태 조직 혐의를 인정하면서, 야권에 실망했으며 더는 정치에 간여하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을 하는 인터뷰 영상이 공개됐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프라타세비치는 3일 저녁(현지시간) 방영된 벨라루스 국영 TV채널 ONT 프로그램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전면적이고 공개적으로 (수사관들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ONT 대표 마라트 마르코프가 직접 진행하는 이 프로그램은 여권 정치인, 친정부 성향 종교인, 전문가 등을 주로 인터뷰해 왔으나 이번에는 프라타세비치가 출연했다.

야권 성향의 텔레그램 채널 넥스타(NEXTA)의 전(前) 편집장인 프라타세비치는 이날 인터뷰에서 지난해 벨라루스 대선 이후 부정 선거 항의 시위를 조직하는 데 참여했다면서 자신이 시민들에게 거리로 나오라고 선동한 3명 가운데 1명이라고 말했다.

벨라루스에선 지난해 8월 대선에서 26년째 장기집권 중인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이 80% 이상의 득표율로 압승한 것으로 나타나자 정권의 투표 부정과 개표 조작 등에 항의하는 야권의 저항 시위가 몇 개월 동안 이어졌다.

프라타세비치는 시위 과정에서 정권 찬탈과 국가 지도부 가해 등을 모의한 야권 인사들과의 대화를 근거로, 벨라루스에 4~5개의 휴면 테러조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4년에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활동하는 극우민족주의 민병대 '아조프' 연계 조직에 가담했었다고 시인하면서, 하지만 전투에 참여한 것은 아니고 현지에서 사진기자로 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에게 자신을 수배하고 있는 돈바스 지역의 친러시아 분리주의 정부(루간스크 공화국)에 자신을 넘기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는 또 최근 많은 일들을 되돌아보고 있다면서 루카셴코 대통령을 존경하게 됐고 "더이상 정치나 이 지저분한 게임, 갈등 등에 간여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프라타세비치의 인터뷰가 방영된 뒤 아버지 드미트리는 아들의 진술이 "1주일간 행해진 고문의 결과"라면서, 아들이 고문 때문에 방송국으로 간 것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아들이 향정신성 약물의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리투아니아에 망명해 있는 벨라루스 야권 지도자 스베틀라나 티하놉스카야도 방송이 고문의 결과라고 동조했다.

프라타세비치는 현재 수도 민스크의 국가보안위원회(KGB) 산하 구치소에 수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벨라루스 KGB는 악명 높은 옛 소련 KGB의 후신으로 국가 보안사건 등을 담당한다.

프라타세비치는 지난달 23일 벨라루스 당국이 기내 폭발물 신고 접수를 이유로 그리스에서 리투아니아로 향하던 아일랜드 라이언에어(Ryanair) 항공사 소속 여객기를 자국 민스크 공항에 강제착륙시킨 뒤 체포됐다.

2019년 말부터 폴란드에서 도피생활을 해온 그는 지난해 8월 대선 이후 벨라루스에서 거세게 일었던 야권의 부정 선거 항의 시위 당시 자신이 운영하는 텔레그램 채널 NEXTA를 통해 시위 참여를 선동한 혐의로 당국의 감시를 받아왔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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