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개학은 했는데…학생 잘 안 보이고 군인·경찰만
"쿠데타 정권 교육은 안 받을 것"…학생 90% 등교 거부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학교 문을 다시 열었지만, 학생의 90%가 "쿠데타 정권 아래 교육은 받지 않는다"며 등교를 거부했다.
3일 이라와디, 미얀마나우 등에 따르면 군부는 이달 1일 전국 공립학교 개학을 지시했다.
군부는 각 학교의 수업 재개가 미얀마 사태의 안정화를 홍보할 수 있는 요소라고 보고, 교사 절반 이상이 파업 중임에도 개학을 밀어붙였다.
미얀마 교원연맹(MTF)은 "지난해 등록한 학생은 900만명이 넘었지만, 쿠데타 상황이 계속되면서 등교 학생은 100만명에 못 미친다"고 밝혔다.
교원연맹 관계자는 "개학 후 여러 학교를 관찰해보니, 대부분 교실이 텅 비어 있다"며 "지난 학기 3천∼5천명이 공부했던 학교에 지금은 등교생이 수 십명에 불과하고, 아예 한 명도 등교하지 않아 수업을 못 하는 학교도 여럿"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곤, 만달레이, 사가잉, 친주와 카야주 등 반 쿠데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시민방위군이 결성된 지역의 등교율이 가장 저조했다.
2월 1일 쿠데타 발생 후 군경의 발포와 폭력에 목숨을 잃은 시민은 842명에 이른다.
미얀마의 교사 40만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 중이며, 13만명 이상이 업무 복귀 명령을 어겨 정직 처분을 받았고 100명 이상이 선동죄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군부가 운영하는 신문에는 '교사 채용 공고'가 대대적으로 올라와 있다.
대다수 학부모도 "군의 노예를 만드는 교육은 거부한다"며 군부의 수업 재개 계획에 반대했다.
군부는 학부모·시민들이 학교 정문에 빨간 페인트 등으로 '등교 거부'를 표시하고, 등교하는 학생과 출근하는 교사를 비판 대상으로 삼자 주요 학교에 군경을 배치했다.
개학 전날인 지난달 31일 밤 사가잉 지역 9개 마을 여러 학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이 발생했다.
한 마을 주민은 "고등학교 한 곳은 학생 300명 가운데 절반이 군인, 군무원의 자녀"라며 "그 학교는 폭발 다음 날 예정대로 개학했지만, 보안을 위해 군경을 배치하고, 학생과 교사들이 뒷문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 학교뿐만 아니라 미얀마 전국의 많은 학교가 개학을 반대하는 시민들이 설치한 사제폭탄이나 방화 공격을 받았다.
이 때문에 일부 학부모는 자녀를 등교시키려다 시민방위군 등의 공격을 우려해 마음을 바꾸기도 했다.
군경은 학교 주변 경비를 강화하고, 등하굣길 스쿨버스 호송에 나서 학교에는 학생들보다 군경이 북적거리는 상황이라고 현지 매체들은 보도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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