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해역에서 추적장치 끄는 어선들…"감시 피해 불법조업"

입력 2021-06-03 00:38
남미 해역에서 추적장치 끄는 어선들…"감시 피해 불법조업"

국제 해양보호단체 오세아나 "66%가 중국 오징어잡이 어선"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남미 아르헨티나 앞바다에서 조업하던 어선들이 돌연 위치추적장치를 끄고 자취를 감추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당수가 중국 국적인 이들 어선은 감시를 피해 불법조업을 벌인 것으로 의심된다고 국제 해양보호단체 오세아나가 2일(현지시간) 주장했다.

오세아나는 이날 보고서에서 2018년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아르헨티나 배타적 경제수역(EEZ) 부근의 어선 활동을 모니터한 결과 어선들의 자동식별장치(AIS)가 24시간 이상 작동하지 않은 사례가 6천227건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들이 AIS를 끈 채 조업한 시간은 총 60만 시간에 달했다.

오세아나는 어선들이 아르헨티나 EEZ를 침범해 조업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숨기기 위해 고의로 AIS를 무력화했을 수 있다고 의심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AIS가 꺼진 '깜깜이' 상황의 66%가 중국 어선에서 발생한 것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4월 대부분이 중국 국적인 오징어잡이 어선 100여 척이 AIS를 끈 채 아르헨티나 EEZ 내에서 조업하다가 붙잡힌 적이 있다고 오세아나는 전했다.



2016년엔 중국 저인망 어선이 단속 중인 아르헨티나 해양경비대 선박을 들이받으려다 침몰하기도 했다.

대규모 중국 어선단은 해마다 오징어 이동 경로를 따라 남미 해역에서 싹쓸이 조업을 이어가 주변국 어업과 해양 생태계에 해를 끼친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수백 척 중국 어선단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대만과 우리나라, 스페인 등의 어선들도 남미 해역에서 조업하고 있다.

오세아나는 AIS가 24시간 이상 작동하지 않은 전체 사례 중 20%는 스페인, 8%는 한국 어선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오세아나의 말라 밸런틴 박사는 "합법적이고 지속가능하며 책임있는 어업과 그렇지 않은 어업 사이엔 미세한 차이가 있다. EEZ 1인치 밖에만 있어도 합법"이라고 설명했다.

밸런틴 박사는 "상업적 어업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경계 없이 멀리 뻗어나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며 "전 세계는 이들 어선단이 우리 바다에 끼치는 막대한 영향을 간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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