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와 친분 탓 사임한 美금융사 CEO, 전직 모델에게 피소
"리언 블랙 전 아폴로 CEO, 도움 약속한 뒤 가학적 성행위"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지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친분 탓에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사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난 리언 블랙이 법정에 서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전직 여성 모델 구젤 가니에바가 미국 뉴욕주(州) 법원에 블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두 사람의 관계는 지난 3월 가니에바의 폭로를 통해 공개됐다.
가니에바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블랙으로부터 가학적인 성행위를 강요당했다는 주장을 폈고, 블랙은 합의된 성관계였다고 반박했다.
'성행위를 강요했다는 것은 돈을 뜯어내기 위한 거짓말'이라는 블랙의 주장에 대해 가니에바가 '근거 없이 나를 비난했다'는 취지로 소송을 낸 것이다.
가니에바의 주장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08년 뉴욕의 한 행사장에서 만났다.
블랙은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러시아 출신 모델 가니에바에게 일을 도와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실현되지 않았고, 성폭행과 추행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블랙은 성명을 통해 가니에바와 6년간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위협에 이미 상당한 돈을 지불했다고 주장했다.
블랙은 500조 원에 달하는 자산을 운용하는 아폴로 글로벌 매니지먼트사의 공동 창업자다.
그는 금융계의 거물이었지만, 미성년자와의 성매매 혐의로 체포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엡스타인과의 비정상적인 돈거래가 밝혀지면서 추락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블랙은 엡스타인에게 2017년까지 5년에 걸쳐 1억5천800만 달러(한화 약 1천760억 원)를 지급했다.
블랙이 엡스타인에게 미성년자를 소개받는 등 성범죄에 가담한 증거는 없었지만, 악화한 여론 때문에 지난 1월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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