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강행한 북극야생보호구역 석유시추 중단
내무부 장관명령…백악관 "생태보고는 경제·문화 주춧돌"
원주민·환경단체 환영…업계는 채산성 떨어져 애초 '심드렁'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미국 생태계의 보고인 북극권에 예고된 화석연료 채굴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내무부는 알래스카주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ANWR)에서 석유, 천연가스 시추권을 부여하기로 한 정책을 환경영향평가 및 법률검토가 끝날 때까지 중단한다고 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의 대표적 개발 계획 중 하나를 백지화하는 것으로, 뎁 할랜드 내무부 장관의 명령으로 집행됐다.
ANWR는 알래스카 동북부에 있는 1천900만 에이커(약 7만6천890㎢) 규모의 툰드라 평지다. 이곳은 미국 내륙에서 석유 매장량이 가장 많은 곳이지만 북극곰과 순록 등 야생동물이 산다.
백악관은 생태계를 보호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번 조치의 의미를 강조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지나 매카시 백악관 기후보좌관은 "바이든 대통령은 아메리카의 국가적 보물들을 미국의 문화적, 경제적 주춧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매카시 보좌관은 "전임 행정부가 막판에 내린 결정 때문에 이 특별한 지역(북극권야생보호구역)의 성격이 영원히 바뀔 뻔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은 2016년 대선 승리 후 에너지 업계의 숙원인 북극권 개발을 추진해왔다.
공화당은 연방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던 2017년 정부 재원 확충을 이유로 시추권을 파는 법안을 가결하고 지난해에 환경영향평가까지 끝냈다.
이 환경영향평가에는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배제돼 많은 이견이 제기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알래스카 원주민, 환경보호단체들의 반발과 소송 제기에도 퇴임 직전이던 올해 1월 초에 시추권 경매를 강행했다.
그러나 대형 에너지 기업들은 최소한 겉으로는 관심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
북극권 시추에 상대적으로 비용이 더 들어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가, 기후변화 우려 때문에 화석연료 사용을 감축하는 시류 때문이었다.
알래스카 원주민들은 환경에 무게를 실은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치에 반색했다.
현지 비니티 부족 정부의 특별계획 조정관인 토냐 가넷은 성명을 통해 "전임 행정부의 과오를 알아보고 바른길로 가도록 해준 바이든 대통령과 내무부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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