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조업체 300곳 "인플레 부른다"…'트럼프 관세' 폐지 요구

입력 2021-05-31 23:47
미 제조업체 300곳 "인플레 부른다"…'트럼프 관세' 폐지 요구

철강업계·노조는 "관세와 인플레 무관" 폐지 반대…경제학자들도 부정적



(뉴욕=연합뉴스) 강건택 특파원 =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이유로 들어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가 도입한 각종 고율 관세 폐지를 요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300곳 이상의 제조업체는 지난 6일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수입 철강에 대한 25% 관세, 알루미늄에 대한 10% 관세를 즉각 없앨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금속가공품 제조업체 'B월터앤드코'의 스콧 뷰러 사장은 WSJ에 "지난해 9월 이후 주요 철강 공급업체로부터 15번의 가격 인상을 통보받았다"며 "철강 가격이 치솟는데 대체 왜 이런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냐"라고 말했다.

뷰러 사장은 지난해 가을 이후 압연강 수입 가격이 3배 가까이 뛰면서 비용 절감을 위해 인력 10%를 감축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는 트럼프 전 행정부 시절 도입된 관세 탓에 유럽의 동종 업계보다 일부 철강 제품을 40% 이상 비싸게 수입함으로써 경쟁력을 잃고 있다고 주장했다.

평년보다 4배 이상 폭등한 목재 가격에 건설업계도 관세 폐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미 주택 건설업체들과 일부 연방의원들은 지난 2017년 캐나다산 목재에 부과된 9%의 관세 폐지를 바이든 대통령에게 요청했다고 WSJ은 전했다.



그러나 미 상무부는 지난 21일 과도한 정부 보조금을 이유로 캐나다산 목재에 대한 관세율을 18%로 오히려 올렸다.

'관세와 인플레이션은 별 상관이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철강업계와 노조들은 19일 바이든 대통령에게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그대로 유지할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관세가 "쉬고 있던 미국의 공장을 재가동시키고 해고된 노동자들을 다시 고용하게 했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미국철강노동조합(USW)의 로이 하우스먼 법률국장은 WSJ에 "2018년 (철강)관세가 도입된 이래 인플레이션 압력은 없었다"며 "미국이 경제 부양을 위해 투입한 수조 달러가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 경제학자도 관세가 소비자 물가 상승에 미치는 영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관세를 폐지하더라도 그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의 경우 미국 전체 수요의 3분의 1을 수입산이 담당하며, 최대 대미 수출국인 캐나다·브라질·멕시코는 이미 관세를 면제받고 있다.

또 컬럼비아대 경제학자인 데이비드 와인스타인이 2018∼2019년 미중 사이에 발표된 11개 신규 관세가 기대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예상과 달리 이들 관세가 5년 뒤 기대 인플레이션을 1%포인트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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