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가 그림 다빈치 '살바토르 문디' 두고 1조원 법정다툼
러시아 재벌, 미술상에 '바가지 당했다' 소송
"온전한 다빈치 작품"vs"서명만 했다"…진위논란 계속
12년만에 가격 4만5천배 뛰어…현재는 사우디 소유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진짜 구세주일까, 아닐까.
르네상스 미술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 작품으로 알려진 '살바토르 문디'(Salvator Mundi·구세주) 진위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살바토르 문디를 포함한 38개 미술품을 두고 러시아 신흥재벌(올리가르히) 드미트리 리볼로블레프와 스위스 미술상 이브 부비에 간 소송이 6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축구구단 AS모나코 구단주이기도 한 리볼로블레프는 부비에가 10억달러(약 1조1천150억원) 가까이 바가지를 씌웠다며 2015년부터 모나코와 싱가포르, 홍콩 등에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의 한 가운데엔 세계 최고가 미술품 살바토르 문디가 있다.
예수의 초상을 담은 살바토르 문디는 2005년 경매에서 1만달러(약 1천115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거래된 '그냥 그림'이었다.
첫 반전은 복원을 거친 뒤 2011년 영국 국립미술관인 내셔널갤러리가 다빈치의 작품이라며 살바토르 문디를 전시하면서 벌어졌다.
다빈치의 작품이 된 살바토르 문디는 몸값이 뛰었고 부비에는 2013년 8천만달러(약 893억원)에 이를 사들인다.
부비에는 곧 리볼로블레프에게 1억2천750만달러(약 1천423억원)에 1% 수수료까지 받고 살바토르 문디를 판다.
살바토르 문디는 2017년 세계인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리볼로블레프는 살바토르 문디를 경매에 내놨고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구매자가 4억5천만달러(약 5천26억원)에 낙찰받아갔다.
살바토르 문디는 12년만에 가격이 4만5천배로 치솟은 것이다.
그림 한 점에 5천억원을 쓴 구매자가 누구인지는 '공공연한 비밀'로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로 알려졌다.
리볼로블레프는 부비에가 '미술고문'으로서 20억달러에 미술품들을 수집할 수 있게 도와주기로 해놓고 미술품 가격을 뻥튀기해 돈의 절반을 착복했다고 주장한다.
부비에는 미술고문을 한다고 한 일이 없고 특히 살바토르 문디에 대해선 "아름답지만 좋은 투자대상은 아니다"라고 경고했다고 반박한다.
부비에에 따르면 당시 살바토르 문디에 '투자경고'를 날린 이유는 다빈치가 온전히 혼자서 그린 그림인지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점과 바티칸 및 세계 주요 박물관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다빈치 진품은 세계적으로 20개도 안 돼 진위가 매우 중요한 가격결정 요소다.
지난달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프랑스 루브르박물관에 기반을 둔 '프랑스 박물관 연구·복원센터'는 2018년 엑스레이 형광분석기 등으로 살바토르 문디를 감정해 '다빈치 작품'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림이 그려진 나무판자는 다빈치가 다른 작품에도 쓴 이탈리아 롬바르디아 호두나무로 확인됐고 다빈치가 말년에 사용한 기법과 같은 물감 속 유릿가루, 눈엔 안 보이는 밑그림의 존재, 그림 속 예수 머리카락의 특징 등이 다반치 작품이라는 근거였다.
물론 살바토르 문디가 '다빈치 스튜디오' 작품이고 다빈치는 서명만 했다거나 매우 적게 기여했다는 의혹은 계속 제기된다.
최근 '구세주를 팝니다'(The Savior for Sale)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가 공개되면서 논란은 더 불붙었다.
영화에는 2019년 루브르박물관이 다빈치 서거 500주년 특별전을 열면서 살바토르 문디를 사우디에서 대여하려 했으나 무산된 이유가 담겼다.
당시 사우디는 살바토르 문디를 모나리자 옆에 전시해 달라고 요구했고 루브르박물관은 이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영화는 사우디가 살바토르 문디가 다빈치 진품임을 확실히 하고자 모나리자 옆자리를 요구했다고 풀이한다.
한 프랑스 고위관리는 영화에서 "(모나리자 옆 전시는) 4억5천만달러 작품을 (진품으로) 세탁하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정부도 살바토르 문디가 '모나리자급' 다빈치 진품인지 확신하지 못해 전시를 거절한 것으로 풀이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살바토르 문디는 보관장소가 어디인지 묘연한 상태다.
부비에는 재작년 무함마드 왕세자의 요트에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바다 공기엔 소금기가 많아 요트는 미술품을 두기엔 매우 나쁜 장소다.
전문가들은 사우디가 '문화와 예술 중심지'로 탈바꿈하려고 노력한다는 점에서 올해가 가기 전 살바토르 문디를 공개할 것으로 내다본다. 루브르박물관의 첫 외국 분관인 '루브르 아부다비'가 유력 전시장소다.
미술평론가 겸 언론인으로 재작년 책 '마지막 레오나르도'를 쓴 벤 루이스는 "살바토르 문디는 세상의 구세주라는 뜻이지만 현재는 사우디의 구세주에 가깝다"라면서 "가장 아름다운 작품 뒤에 추악한 동기가 놓여있다는 것이 예술시장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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