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와 갈등 속 폴란드 등에 '협력 확대' 강조
SCMP "중국 일련의 차질 속 EU와 관계 개선 나설것"
(베이징·홍콩=연합뉴스) 심재훈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이 유럽연합(EU)과 대만 문제 등을 놓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폴란드와 세르비아를 상대로 협력 확대를 강조하며 우군 확보에 나섰다.
31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이(王毅)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29일 구이양(貴陽)에서 즈비그니에프 라우 폴란드 외교장관, 세라코비치 세르비아 외교장관과 각각 만나 중·동부 유럽국가들과 협력 필요성을 역설했다.
왕이 부장은 라우 장관과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국제 및 지역에서 폴란드의 영향력을 중시한다"면서 "전략적이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양국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왕 부장은 양국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협력 강화와 고위급 교류, 정책 조율을 추진하자면서 "중국과 중·동부 유럽 국가 간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라우 장관은 폴란드가 중국의 정당한 권익을 이해하고 존중한다면서 중국과 유럽 관계의 건강한 발전에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왕이 부장은 세라코비치 장관과 회담에서는 세르비아를 중국이 유럽에서 '확실히 믿을 수 있는 친구'라고 평가하면서 "양국 정상이 전면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격상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중국은 세르비아와 친선을 확고히 하고 실무 협력을 확대해 양국 관계를 새로운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언급했다.
세라코비치 장관은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을 축하하면서 중국 공산당의 지도력을 높이 평가했다.
코로나19 재유행 속 이번 폴란드와 세르비아 외교장관의 방중은 EU가 일본과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를 언급하며 중국 견제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끌었다.
베이징 소식통은 "이번 구이양까지 폴란드와 세르비아 외교장관을 초청한 것은 우군 확보를 위해 중국의 지원이 필요한 유럽 개도국들을 집중 공략하는 것을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8일 "일본과 EU 정상의 성명은 양측의 발전을 넘어 국제평화와 안정, 국가 간 상호 이해와 신뢰를 해쳤을 뿐만 아니라 제삼자의 이익을 해쳤다"며 맹비난한 바 있다.
한편, 중국이 미국에 이어 EU까지 적으로 돌려선 안된다는 판단 아래 향후 관계 개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최근 일련의 차질을 딛고 EU와의 관계 개선 방안 모색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상하이 사회과학원 쑨치 국제관계 전문가는 SCMP에 "중국이 디지털 경제, 녹색 경제처럼 EU와 이익을 공유하는 분야에서 개방을 확대하면서 신기술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확대할 것이고 이는 EU 투자자들에 매우 매력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가 완전히 미국 편에 설 것으로 보이지 않으며,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최대한의 이익을 끌어내려고 할 것이라고 봤다.
왕이웨이(王義의<木+危>) 런민대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EU와의 투자협정이 교착상태에 빠진 것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EU의 우려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에 인내를 당부했다.
그는 "EU가 중국과 기후변화에서 협력해야 한다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탄소배출 감소에 참여했지만 그가 물러난 뒤에도 미국이 같은 의제를 고수할지는 확신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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